8월, 2026의 게시물 표시

《지금이라도 차차차를 해보면 어떨까?》, 여덟 가족이 처음 ‘작가’가 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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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키르큐펠 전시, 일상의 기억을 작품으로 꺼낸 여덟 사람 ‘지금 시작해도 될까?’라는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자주 찾아옵니다. 배우고 싶었던 춤도, 만들어보고 싶었던 작품도 어느새 ‘언젠가’의 일이 되곤 하죠. 홍대갤러리 키르큐펠에서 열리는 **《지금이라도 차차차를 해보면 어떨까?》**는 그 망설임에 유쾌한 제목으로 답합니다. 간지쿵야!, 대룡, 데이지, 돼지엄마, 들국화, 백설, 양귀비, Young FL까지 여덟 사람이 처음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일상과 기억을 작품으로 펼쳐냅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간을 살아온 여덟 가족입니다. 춤추고 찍고 바느질하며 시작된 이야기 이번 전시는 전문 미술교육을 받은 작가들의 일반적인 그룹전과 조금 다릅니다.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참여자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일상을 돌아봤습니다. 누군가는 춤을 배우고, 누군가는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바늘을 잡거나 오래 기억하고 있던 식탁을 다시 차리는 과정도 작품이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능숙하게 만들었느냐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꺼내 작품으로 만들었느냐 가 이번 전시의 중심입니다. 평범한 하루도 작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예술이라고 하면 특별한 소재나 대단한 기술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삶에는 이미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매일 먹던 음식, 자주 듣던 음악, 가족과 나눈 대화도 시간이 흐르면 한 사람의 중요한 기억이 됩니다. 저도 이런 전시를 볼 때는 결과물만큼 ‘왜 이것을 작품으로 선택했을까’를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물 하나도 그 사람의 시간을 알고 나면 전혀 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덟 명에게 주어진 새로운 이름, ‘작가’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작가 입니다. 간지쿵야!, 대룡, 데이지, 돼지엄마, 들국화, 백설, 양귀비, Young FL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온 시간을 처음으로 작품이라는 형태로 관람객에게 건넵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

부산 일산수지 《I ♥ ILSAN SUJI》, 장소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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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 ILSAN SUJI》, 33년 된 플라스틱 공장을 다시 바라보는 네 작가 ‘I ♥ NEW YORK’처럼 I ♥ ___ 라는 문장은 너무 익숙합니다. 도시 이름만 바꾸면 어디든 사랑하고 기념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죠. 부산 사상구의 전시공간 일산수지 에서 열리는 《I ♥ ILSAN SUJI》는 이 익숙한 문장에 ‘ILSAN SUJI’를 넣으면서 시작합니다. 김현승, 박정아, 최정화, 한혜원 네 작가는 특정 장소를 사랑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I ♥ ___’라는 너무 익숙한 문장 관광지에 가면 도시 이름이 들어간 티셔츠와 머그컵, 자석을 쉽게 만납니다. 장소가 달라져도 표현 방식은 거의 같습니다. 이름 앞에 하트를 붙이는 순간 그곳은 사랑받고 기억할 만한 장소가 됩니다. 《I ♥ ILSAN SUJI》는 바로 이 익숙한 공식에 작은 틈을 만듭니다. ‘사랑한다’고 선언하기 전에 나는 이 장소를 실제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33년 된 플라스틱 공장이 전시장이 되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만큼 중요한 것은 일산수지라는 장소 자체 입니다. 이곳은 약 33년 동안 플라스틱을 착색하고 재생하던 공장이었습니다. 산업 생산을 담당했던 공간이 지금은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을 보는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공장의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갤러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전의 시간과 현재의 기능이 한 장소에 겹쳐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저도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한 전시장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벽과 바닥, 높은 천장에 남은 흔적까지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기억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장소는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장소를 주소나 건축물로 설명하지만 실제 기억은 훨씬 복잡합니다. 누가 그곳에서 일했고, 어떤 일이 반복됐으며,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드나들었는지가 오랫동안 쌓여 하나의 장소가 됩니다. 일산수지 역시 과거에는 누군가의 일터였고 지...

최규식 개인전, 자연 속 전시 공간에서 작품과 천천히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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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 스페이스 나무 오로라 갤러리, 9월에 만나는 최규식 개인전 전시를 보는 경험은 작품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작품이 어떤 공간에 놓이고, 어떤 빛과 풍경 속에서 마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작품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경남 양산 스페이스 나무 오로라 갤러리 에서 최규식 개인전이 열립니다. 2026년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작품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품만큼 중요한 ‘전시 공간’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으면 보통 작품에 먼저 시선이 갑니다. 하지만 전시 공간도 감상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벽의 간격과 천장의 높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작품 사이를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관람자가 느끼는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가 열리는 스페이스 나무 오로라 갤러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과 주변 환경을 함께 바라보는 경험을 기대해볼 만합니다. 자연 속에서 미술을 본다는 것 도심의 화이트큐브에서 작품을 감상하면 시선이 작품에 집중됩니다. 반면 자연 가까이에 위치한 전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감상이 가능합니다. 전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풍경과 햇빛, 나무와 공기의 변화까지 관람 경험에 자연스럽게 포함됩니다. 저도 이런 공간에서 전시를 볼 때면 작품을 보고 바로 다음 작품으로 움직이기보다 한자리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전시장 밖의 자연과 작품 사이에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설명보다 작품을 먼저 바라보기 개인전은 한 명의 작가가 오랜 시간 쌓아온 작업을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품 제목이나 설명을 읽기 전에 먼저 화면 전체를 바라보고 자신에게 가장 먼저 들어오는 색과 형태, 질감을 찾아보세요. 그다음 설명을 확인하면 처음 받은 인상과 작가가 작품에 담은 생각 사이의 차이...

안계미술관 《Origin Loop》, 12인의 공예가가 다시 쓰는 재료의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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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Loop》, 재(灰)에서 생(生)으로 이어지는 공예의 순환 공예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재료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경북 의성 안계미술관 에서 열리는 《Origin Loop》는 ‘재(灰)에서 생(生)으로 : 다시 쓰는 호흡’ 을 주제로 도자·금속·섬유·목공 등 서로 다른 공예 영역의 작가 12인이 참여하는 전시입니다. 전시 제목처럼 중요한 것은 ‘Origin’, 즉 시작점과 ‘Loop’, 다시 돌아오는 순환입니다. 한 번 쓰이고 끝나는 재료가 아니라 변형되고 이어지며 또 다른 형태로 살아나는 과정을 공예의 언어로 보여줍니다. 재(灰)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재’라는 단어는 보통 소멸을 떠올리게 합니다. 불에 타고 남은 흔적, 사용을 끝낸 물질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 지점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재료는 깎이고, 구워지고, 녹고, 엮이고, 다시 조립됩니다. 형태가 사라졌다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재에서 생으로’라는 말은 단순한 재활용의 의미보다 물질이 다시 호흡을 얻는 과정 에 가깝습니다. 도자·금속·섬유·목공이 한 공간에서 만나다 이번 전시에는 서로 다른 재료를 다루는 작가들이 함께합니다. 참여작가는 강고운, 김지용, 박주형, 송가희, 이시평, 이우재, 임종석, 정령재, 주진형, 최수영, 한은석, 허선민 입니다. 도자는 흙과 불의 시간을 품고, 금속은 열과 힘을 통해 형태가 바뀝니다. 섬유는 수많은 실이 연결되며 면을 만들고, 목공은 나무의 결을 따라 새로운 구조를 세웁니다. 같은 공예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재료가 가진 시간과 성질은 전혀 다릅니다. 그 차이를 한 공간에서 비교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큰 재미입니다. 재료는 작품의 시작이자 기억 공예에서는 재료가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흙에는 손이 지나간 흔적이 남고, 금속에는 두드리고 구부린 힘이 기록됩니다. 섬유에는 반복된 엮음이, 나무에는 자르고 다듬은 시간이 남습니다. 저도 공예 전시를...

《Between Surfaces》, 표면 사이에서 발견하는 기억과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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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성아·안나 본다렌느코 2인전, 한지와 천이 품은 보이지 않는 이야기 우리는 흔히 ‘표면’을 겉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쪽에 진짜 이야기가 있고 표면은 그것을 감싸는 얇은 껍질 정도로 받아들이기 쉽죠. 하지만 누군가 만지고, 시간이 지나고, 물질이 스며든 흔적은 대부분 표면에 가장 먼저 남습니다. 부산 어라이즈 아트스페이스(arise artspace) 에서 열리는 심성아·안나 본다렌느코 2인전 **《Between Surfaces》**는 바로 이 표면을 작품의 중심으로 가져옵니다. 한지와 천, 종이가 가진 물성을 통해 경계와 흔적, 흡수와 변화의 관계를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표면은 단순한 ‘겉’이 아니다 표면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 세계가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손이 닿고 빛이 스며들며 물질이 묻고 시간이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표면을 닫힌 벽보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고 교환되는 막 으로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가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표면이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발상이 흥미롭습니다. 한지의 섬유와 천의 직조를 바라보다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의 이미지뿐 아니라 재료 자체입니다. 한지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많은 섬유가 얽혀 있고, 천 역시 가느다란 실이 반복해서 교차하면서 하나의 면을 만듭니다. 종이에도 미세한 결이 존재합니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는 부분이지만 작가의 작업 안에서는 이런 구조가 중요한 조형언어가 됩니다. 저도 한지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때 색보다 먼저 종이 표면의 미세한 굴곡에 시선이 머물 때가 있습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같은 면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다시 변화시키는 재료 한지와 천, 종이는 완전히 닫힌 재료가 아닙니다. 물을 흡수하고 안료를 받아들이며 접거나 찢고 겹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색과 질감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Between Surfaces》에서는 이런 재료의 성질 자체가 ...

강병섭 《The same place, Another space》, 같은 도시를 다르게 바라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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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ame place, Another space》, 여행의 기억을 장지와 분채로 그리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누구에게나 똑같은 풍경으로 남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건물의 형태를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햇빛이 내려앉던 골목이나 창문 하나를 오래 기억하기도 합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H. art LAB 에서 열리는 강병섭 개인전 《The same place, Another space》 는 바로 이런 시선의 차이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여행 중 마주한 도시를 장지와 분채로 다시 그리며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를 자신만의 또 다른 공간으로 바꿔놓습니다. 같은 장소인데 왜 다르게 보일까 전시 제목을 그대로 옮기면 ‘같은 장소, 또 다른 공간’입니다. 장소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위치라면 공간은 그곳을 경험하는 사람의 기억과 감정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같은 카페에 앉아 있어도 한 사람에게는 즐거운 여행의 기억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한 오후로 지나갈 수 있습니다. 강병섭은 바로 이 차이에 관심을 둡니다. 도시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시선을 거쳐 새로운 풍경으로 바꿉니다. 여행에서 만난 도시가 회화가 되기까지 강병섭의 작업에는 여행에서 마주한 도시 풍경이 중요한 출발점으로 등장합니다. 여행을 하면 평소라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건물과 거리도 유난히 자세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간판이나 창문, 건축물의 색까지 눈에 들어오죠. 저도 낯선 도시에서는 평범한 골목을 오래 바라보게 되는데요. 돌아온 뒤 사진을 보면 유명 관광지보다 그런 장면이 더 선명하게 기억될 때가 있습니다. 강병섭의 회화 역시 이런 여행자의 시선을 품고 있습니다. 장지와 분채가 만드는 따뜻한 색 작가는 장지에 분채를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 으로 화면을 완성합니다. 장지는 한국화에서 널리 사용하는 질긴 한지이고, 분채는 안료를 곱게 만들어 사용하는 전통적인 채색 재료입니다. 한 번에 강한 색을 만드는 대신 ...

이세훈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 흙으로 묻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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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와 생성, 그리고 시선의 궤적》, 이세훈이 바라본 공존의 의미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는 더 복잡한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열리는 이세훈 개인전 《공존의 경계에 흐르다: 파괴와 생성, 그리고 시선의 궤적》 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오랫동안 다뤄온 ‘영성의 고리’ 연작을 바탕으로 삶과 생명의 순환, 나와 타인,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풀어냅니다. ‘공존’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공존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생각해보면 꽤 어려운 개념입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할 때 생기는 경계와 긴장,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까지 함께 바라봅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의 ‘경계’는 나누는 선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지점처럼 느껴집니다. 흙이라는 가장 오래된 재료 이세훈의 작업에서 중요한 매개는 흙 입니다. 흙은 인간에게 매우 익숙한 재료입니다. 식물이 자라는 터전이 되고, 건축과 생활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되며, 결국 모든 생명이 돌아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런 흙의 성질을 통해 삶의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형태가 만들어지고 무너지며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전시 제목 속 ‘파괴와 생성’ 이라는 개념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저도 흙을 이용한 작품을 보면 완성된 형태보다 재료가 지나온 시간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언젠가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재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영성의 고리’에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이전부터 이어온 ‘영성의 고리’ 연작 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고...

유미숙 《어울다-소통》, 인간과 자연이 다시 연결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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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숙 《어울다-소통》, 인간과 자연이 다시 연결되는 방법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작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자연과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가까이에서 살아가면서도 어느 순간 인간과 분리된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죠. 원주 갤러리 원에서 열리는 **유미숙 초대개인전 《어울다-소통》**은 이런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전시입니다. 작가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어울다’와 ‘소통’이라는 두 단어로 풀어냅니다. 전시는 2026년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이어집니다. ‘어울다’라는 오래된 말에서 시작하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어울다》 연작 이 있습니다. ‘어울다’는 서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말입니다. 작가는 이 따뜻한 의미를 인간관계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연과 다른 생명체까지 확장합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작품 속 ‘어우름’은 단순히 사이좋게 지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하기 위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다 현대인의 생활은 자연과 상당히 멀어진 듯 보입니다. 계절의 변화보다 실내 온도에 익숙하고, 흙이나 나무보다 콘크리트와 화면을 접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유미숙은 인간이 자연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작은 존재 라는 관점으로 작업을 이어갑니다. 저도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볼 때 아름다운 풍경만 보기보다 ‘나는 자연을 어떤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 역시 감상자의 시선을 관계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옮겨놓습니다. 어우름은 소통에서 시작된다 작가가 말하는 ‘어울다’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소통 입니다. 소통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이 아닙니다. ...

능동형 창작주체 현장연계 프로젝트, 《드로우 더 스페이스》가 바라본 서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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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우 더 스페이스》, 학과 물·바람으로 다시 그린 전주 서학동 동네 이름을 오래 부르다 보면 그 말에 처음 어떤 뜻이 담겨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습니다. 전주 서학동의 ‘서학(棲鶴)’은 ‘학이 깃드는 곳’ 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능동형 창작주체 현장연계 프로젝트 《드로우 더 스페이스(DRAW THE SPACE)》 는 바로 이 오래된 지명에서 출발합니다. 고하영, 임예랑, 전소영, 전소정, 전예현, 전정은, 조성준, 한유진 8명의 작가는 학을 안내자 삼아 골목과 전주천, 식물과 사람의 시간을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합니다. ‘학이 깃드는 곳’에서 시작된 드로잉 이번 전시에서 학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닙니다. 골목을 걷고 물가에 내려앉으며 바람을 타고 이동합니다. 관람자는 작품 속 학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서학동 곳곳을 바라보게 됩니다. 오래된 집과 골목, 전주천 주변의 생명,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차례로 연결됩니다. 그림을 보는 일이 어느새 동네를 걷는 경험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물과 바람이 장소를 연결하다 전시를 관통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물과 바람 입니다. 서학동 곁을 흐르는 전주천은 오랜 시간 지역의 풍경과 생태를 만들어왔습니다. 잔잔한 물결과 이슬은 생명의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가뭄으로 마른 하천, 폭우로 불어난 물과 오염은 기후변화의 흔적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골목과 나무 사이를 지나고 수면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물과 바람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머물지 않고 장소와 환경의 변화를 읽는 언어 가 됩니다. 검은 선이 벽면 전체로 확장되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이미지들이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학의 긴 다리는 물의 선이 되고, 물결은 깃털로 변합니다. 펼쳐진 날개의 곡선은 바람으로 이어지고, 흩어진 선은 다시 나무와 물고기, 식물과 집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이 과정이 검은 선과 반복적인 드로잉을 통해 벽면 전체로 확장됩니다. 저도 이런 설치형 드로잉을 볼 ...

《내 생애 온음표》, 그림과 글 그리고 노래로 다시 쓰는 여덟 사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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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는 인생》, 여찬리 어르신들이 붓으로 시작한 인생 2막 그림은 꼭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걸까요. 《내 생애 온음표 <그리는 인생>》을 보고 있으면 시작하기 좋은 나이를 따지는 일이 조금 무색해집니다. 강릉 구정면 여찬리에서 살아온 권오임, 권정혜, 김옥분, 심문자, 유복순, 이승자, 이춘랑, 홍계숙 어르신이 처음 붓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펼쳐 보입니다. 전시는 2026년 9월 4일부터 6일까지 강릉 소집 갤러리에서 열리며 마지막 날에는 어르신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공유회도 마련됩니다. 늦게 핀 능소화처럼 시작된 그림 이번 전시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미지는 능소화 입니다. 초여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 늦여름까지 계속 새로운 꽃봉오리를 내놓는 능소화처럼, 여찬리 어르신들도 인생의 늦은 시기에 처음 붓을 잡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늦은 출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꺼내는 순간에는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런 전시를 볼 때 완성된 기술보다 ‘왜 지금 이 그림을 그렸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오랜 삶이 화면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에서 ‘나’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지점은 자신의 박자를 되찾는 과정 입니다. 참여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 가족을 돌보고 다른 사람의 삶에 자신의 시간을 맞추며 살아왔습니다. 그림방에서는 잠시 그런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작품은 단순한 미술교육의 결과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발견하는 기록으로 다가옵니다. 그림이 글이 되고 노래가 되다 ‘내 생애 온음표’는 그림에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2026년 5월부터 봄과 여름을 함께 보내며 어르신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그림이 되고, 글이 되고, 다시 노래 로 확장됐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노래가 바로 **〈그리는 인...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선》 창덕궁에서 전통과 현대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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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선》 창덕궁에서 전통과 현대가 만나다 전통문화 전시라고 하면 오래된 유물이나 공예품을 유리 진열장 안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통은 과거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손을 통해 이어지고 변화합니다. 2026년 9월, 창덕궁 낙선재 에서 열리는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선(線)》 은 바로 그 연결에 주목합니다. 무형유산 전승자와 전통 장인, 국내외 현대 작가까지 총 48명이 참여해 전통공예부터 회화·설치·사진까지 약 160점을 선보입니다. 2023년부터 이어져온 K-헤리티지 아트전 K-헤리티지 아트전은 2023년부터 창덕궁 낙선재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올해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문화유산을 과거의 결과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전승된 기술과 동시대 작가의 새로운 시각을 같은 공간에 놓으면서 ‘전통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전시 제목의 ‘이음’ 도 이런 의미와 잘 어울립니다. 세대와 세대, 장인과 현대 작가,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합니다. 금박부터 통영 대발까지, 손으로 이어온 기술 이번 전시에서는 금박, 소목, 채상, 통영 대발 등 다양한 전통공예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금박은 아주 얇은 금을 다루는 정교함이 필요하고, 소목은 나무의 결을 살려 가구와 생활기물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채상은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엮어 형태와 색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작품을 볼 때는 완성된 모양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한 작품에 쌓였는지를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저도 전통공예를 가까이에서 볼 때 가장 놀라운 부분은 화려함보다 반복된 손의 움직임입니다. 작은 선 하나에도 오랜 숙련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 옆에 현대미술을 놓는 이유 《이음의 선》에는 전통공예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회화와 설치, 사진 등 동시대 미술도 함께 펼쳐집니다. 전통과 현대를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입니다. 오늘날의 작가가 전통적인 재료와...

시몽 부에(Simon Vouet, 159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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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몽 부에 1590-1649, 프랑스 바로크를 이끈 빛과 우아함의 화가 17세기 프랑스 미술을 이해하려면 시몽 부에(Simon Vouet, 1590-1649) 를 반드시 지나가야 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카라바조와 볼로냐파의 영향을 흡수한 뒤, 프랑스로 돌아와 궁정 장식화와 종교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바로크 양식을 확산시켰습니다. 특히 강한 명암에서 출발해 점차 밝고 우아한 색채, 유려한 인체와 장식적인 구성을 발전시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파리에서 태어나 일찍 궁정미술을 경험하다 시몽 부에는 1590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로랑 부에도 화가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했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초상화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유럽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특히 그의 인생을 바꾼 장소는 이탈리아였습니다. 1610년대부터 로마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당시 가장 앞선 바로크 미술을 직접 경험합니다. 로마에서 카라바조의 빛을 배우다 초기 부에의 작품에서는 카라바조풍 명암법 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인물이 강한 빛을 받으며 떠오르고, 얼굴과 손의 표정이 극적으로 강조됩니다. 당시 로마는 카라바조의 영향이 유럽 각지의 화가들에게 퍼지고 있던 중심지였습니다. 부에 역시 이 흐름을 받아들였지만 단순히 카라바조를 모방하는 데 머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베네치아의 색채와 볼로냐파의 고전적인 균형까지 함께 흡수했습니다. 어둠에서 밝은 색채로 변화하다 시몽 부에의 작품을 시기별로 보면 상당한 변화가 느껴집니다. 초기에는 어둠과 빛의 대비가 강하지만, 점차 화면이 밝아지고 색채도 부드러워집니다. 푸른색과 붉은색, 황금빛이 풍부해지고 인물의 자세도 더욱 우아해집니다. 저도 부에의 작품을 볼 때 이 변화가 가장 흥미롭습니다. 한 화가의 그림인데도 초기와 후기의 분위기가 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여러 화풍을 경험한 시간이 그대로 작품에 쌓여 있다고 볼...

《방 그리고 바깥: 12개의 방》, 작업실에서 시작된 예술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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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우진문화공간 《방 그리고 바깥》, 12개의 작업실이 하나의 전시가 되다 작가의 작업실은 조금 특별한 공간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과 재료, 실패한 흔적과 메모까지 뒤섞여 있고, 세상에 공개되기 전 가장 개인적인 생각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주 우진문화공간 갤러리 에서 열리는 《방 그리고 바깥: 12개의 방》은 바로 그 ‘작업실’에서 출발합니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12명의 작가가 자신의 방에서 시작된 기억과 사유를 작품으로 풀어내고, 그것이 전시장과 관람객을 만나며 어떻게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작가에게 ‘방’은 어떤 공간일까 전시 제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방 입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방이 휴식과 사적인 시간을 위한 공간이라면 작가의 작업실은 생각이 형태를 얻는 장소입니다.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가 스케치가 되고, 재료와 만나 작품으로 변합니다. 때로는 버려진 작업이나 실패한 시도도 다음 작품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방’은 물리적인 장소이면서 동시에 각 작가가 구축해온 개인적인 창작 세계 를 의미합니다. 방에서 태어난 작품은 결국 바깥으로 간다 작품은 작업실에서 완성되지만 그곳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다른 사람의 시선과 만나고, 관람객은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겹쳐봅니다. 작가가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서 시작한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나 어린 시절, 지금 살고 있는 사회를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전시를 볼 때 작가가 설명한 의도와 전혀 다른 개인적인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그 순간 작품은 작가의 ‘방’을 벗어나 관람객의 세계로 들어온다고 생각합니다. 12개의 방이 만드는 12개의 시선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북 지역 작가 12명이 참여합니다. 특히 후반전에서는 고형숙, 김지우, 박경덕, 박현진, 최혁, 한정무 의 작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여섯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가 같지는 않습니다....

도메니키노(Domenichino, 1581-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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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메니키노 1581-1641, 고전주의 바로크의 균형과 감정을 그린 화가 바로크 미술이라고 하면 카라바조의 강한 명암이나 루벤스의 격렬한 움직임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대에 훨씬 차분하고 질서 있는 화면으로 감정을 전달한 화가들도 있었습니다. 도메니키노(Domenichino, 1581-1641) 가 대표적입니다. 본명은 도메니코 참피에리(Domenico Zampieri)로, 볼로냐에서 태어나 로마와 나폴리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안니발레 카라치의 고전주의적 전통을 이어받아 명확한 구도와 절제된 감정, 아름다운 풍경을 결합한 회화를 발전시켰습니다. 볼로냐에서 시작된 고전주의 교육 도메니키노는 볼로냐에서 화가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데니스 칼바르트에게 배웠고 이후 카라치 가문의 아카데미 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고전주의적 회화 교육을 받습니다. 카라치 아카데미는 매너리즘의 인위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자연 관찰과 고대 미술, 라파엘로의 균형 잡힌 구도를 함께 연구했습니다. 이 교육은 도메니키노의 평생 작업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로마에서 안니발레 카라치와 만나다 1600년대 초 도메니키노는 로마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안니발레 카라치의 작업을 도우며 파르네세 궁 장식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라파엘로와 고대 로마 미술을 직접 연구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인물들이 화면 안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극적인 사건을 그리면서도 감정이 과도하게 폭발하지 않고, 각 인물의 몸짓과 시선이 하나의 질서 속에서 움직입니다. 저도 도메니키노의 그림을 보면 처음에는 조용하게 느껴지는데, 오래 바라볼수록 인물의 표정과 손동작에서 감정이 점점 선명해지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성 히에로니무스의 마지막 성찬》 도메니키노의 대표작으로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 **《성 히에로니무스의 마지막 성찬》**입니다. 죽음을 앞둔 성 히에로니무스가 마지막으로 성체를 받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화면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중심은 ...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 회화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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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 회화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회화는 미술에서 가장 익숙한 매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캔버스나 종이 위에 이미지를 그리고 색을 쌓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죠. 그런데 익숙한 형식이라고 해서 더 이상 새롭게 실험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주 교동미술관 2관 에서 열리는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구미송, 김서연, 정해린 세 작가가 평면 회화라는 형식 안에서 자신의 주제와 감정을 얼마나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예비예술인이 현장과 만나는 프로젝트 이번 전시는 ‘능동형 창작주체 현장연계 프로젝트’ 의 첫 번째 전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예비예술인들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작업을 전시장이라는 실제 현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마련됐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완성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멘토링과 전시 구성, 매체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스로 질문하고 작업 방향을 결정하는 ‘창작주체’가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다시 ‘평면 회화’일까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가장 익숙한 매체인 평면 회화 를 선택했습니다. 영상과 설치, 디지털 작업 등 표현 매체가 빠르게 확장되는 시대에 다시 회화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익숙한 형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평면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작업만 실험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바라보는 과정 역시 충분히 새로운 창작이 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서 이어지는 대화 회화 작업은 일방적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떤 대상을 선택할지, 화면 어디에 배치할지, 색을 얼마나 덜어내거나 더할지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