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온음표》, 그림과 글 그리고 노래로 다시 쓰는 여덟 사람의 삶
《그리는 인생》, 여찬리 어르신들이 붓으로 시작한 인생 2막
그림은 꼭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걸까요. 《내 생애 온음표 <그리는 인생>》을 보고 있으면 시작하기 좋은 나이를 따지는 일이 조금 무색해집니다.
강릉 구정면 여찬리에서 살아온 권오임, 권정혜, 김옥분, 심문자, 유복순, 이승자, 이춘랑, 홍계숙 어르신이 처음 붓을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펼쳐 보입니다. 전시는 2026년 9월 4일부터 6일까지 강릉 소집 갤러리에서 열리며 마지막 날에는 어르신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공유회도 마련됩니다.
늦게 핀 능소화처럼 시작된 그림
이번 전시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미지는 능소화입니다.
초여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 늦여름까지 계속 새로운 꽃봉오리를 내놓는 능소화처럼, 여찬리 어르신들도 인생의 늦은 시기에 처음 붓을 잡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늦은 출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꺼내는 순간에는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런 전시를 볼 때 완성된 기술보다 ‘왜 지금 이 그림을 그렸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오랜 삶이 화면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에서 ‘나’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지점은 자신의 박자를 되찾는 과정입니다.
참여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 가족을 돌보고 다른 사람의 삶에 자신의 시간을 맞추며 살아왔습니다. 그림방에서는 잠시 그런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작품은 단순한 미술교육의 결과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발견하는 기록으로 다가옵니다.
그림이 글이 되고 노래가 되다
‘내 생애 온음표’는 그림에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2026년 5월부터 봄과 여름을 함께 보내며 어르신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그림이 되고, 글이 되고, 다시 노래로 확장됐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노래가 바로 **〈그리는 인생〉**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억이 여러 예술언어로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만나게 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온음표’가 말하는 자신의 속도
온음표는 한 마디 안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길게 울리는 음표입니다.
전시 제목의 ‘내 생애 온음표’ 역시 서두르지 않고 나만의 박자로 살아가는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평생 다른 사람의 일정과 필요에 맞추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속도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언젠가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라는 생각 때문에 미뤄둔 일이 있으신가요?
이 전시는 그 ‘이제 와서’를 ‘지금부터’로 바꾸어 바라보게 합니다.
여덟 사람에게 시작된 인생 2막
《그리는 인생》을 전문 작가들의 작품전과 같은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붓을 처음 잡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떤 색과 형태로 표현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안에는 오랜 가족의 기억과 마을에서 보낸 시간, 말하지 못했던 감정과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예술은 잘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9월 6일, 작품 속 이야기를 직접 듣다
전시 마지막 날인 9월 6일 오후 2시에는 이야기 공유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함께한 시간을 담아 만든 책을 만나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노래 〈그리는 인생〉도 들을 수 있습니다.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작품만 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목소리까지 듣는 시간입니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늦은 인생은 아닙니다. 여찬리 어르신들의 그림은 오히려 자신의 속도로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내 생애 온음표 <그리는 인생>》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9월 4일~9월 6일
관람 시간: 12:00~18:00
이야기 공유회: 9월 6일 일요일 오후 2시
전시 장소: 강릉 소집 갤러리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공항길30번길 5
관람료: 무료
참여: 권오임, 권정혜, 김옥분, 심문자, 유복순, 이승자, 이춘랑, 홍계숙
운영: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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