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Surfaces》, 표면 사이에서 발견하는 기억과 흔적

 

심성아·안나 본다렌느코 2인전, 한지와 천이 품은 보이지 않는 이야기

우리는 흔히 ‘표면’을 겉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쪽에 진짜 이야기가 있고 표면은 그것을 감싸는 얇은 껍질 정도로 받아들이기 쉽죠. 하지만 누군가 만지고, 시간이 지나고, 물질이 스며든 흔적은 대부분 표면에 가장 먼저 남습니다.

부산 어라이즈 아트스페이스(arise artspace)에서 열리는 심성아·안나 본다렌느코 2인전 **《Between Surfaces》**는 바로 이 표면을 작품의 중심으로 가져옵니다. 한지와 천, 종이가 가진 물성을 통해 경계와 흔적, 흡수와 변화의 관계를 살펴보는 전시입니다.




표면은 단순한 ‘겉’이 아니다

표면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 세계가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손이 닿고 빛이 스며들며 물질이 묻고 시간이 흔적을 남깁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표면을 닫힌 벽보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고 교환되는 막으로 바라봅니다.

무언가를 가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표면이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발상이 흥미롭습니다.


한지의 섬유와 천의 직조를 바라보다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의 이미지뿐 아니라 재료 자체입니다.

한지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많은 섬유가 얽혀 있고, 천 역시 가느다란 실이 반복해서 교차하면서 하나의 면을 만듭니다. 종이에도 미세한 결이 존재합니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는 부분이지만 작가의 작업 안에서는 이런 구조가 중요한 조형언어가 됩니다.

저도 한지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때 색보다 먼저 종이 표면의 미세한 굴곡에 시선이 머물 때가 있습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같은 면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다시 변화시키는 재료

한지와 천, 종이는 완전히 닫힌 재료가 아닙니다.

물을 흡수하고 안료를 받아들이며 접거나 찢고 겹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색과 질감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Between Surfaces》에서는 이런 재료의 성질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내용이 됩니다.

표면에 무엇이 남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스며들었고, 무엇이 변화했는가를 함께 바라보게 합니다.


심성아와 안나 본다렌느코, 두 개의 감각

이번 전시는 심성아와 안나 본다렌느코 두 작가가 함께합니다.

2인전의 재미는 작품을 각각 감상한 뒤 두 작업이 어디에서 만나고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경험과 조형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표면’을 단순한 외관이 아닌 기억과 변화가 축적되는 장소로 바라본다는 지점에서 연결됩니다.

작품 사이를 오가다 보면 재료를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경계이면서 동시에 통로가 되는 곳

표면은 재미있는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공간을 나누는 경계이면서 어떤 것은 통과시키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서로 경계를 만들면서도 그 경계를 통해 감정과 기억을 주고받습니다.

여러분은 작품을 볼 때 이미지부터 보시나요, 아니면 재료의 질감을 먼저 살펴보시나요?

이번 전시에서는 조금 가까이 다가가 종이의 결과 섬유, 겹쳐진 층을 천천히 관찰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부산비엔날레 기간 함께 만나는 연합전시

《Between Surfaces》는 부산비엔날레 기간 진행되는 연합전시 **《Polyphonic Lab: Busan》**의 일환으로 마련됩니다.

부산 동구와 수영구, 해운대구의 15개 갤러리가 함께 참여해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동시대 미술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됩니다.

하나의 대형 전시장에 작품을 모으는 대신 서로 다른 공간을 이동하며 감상한다는 점도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입니다.

부산에서 여러 전시를 함께 둘러볼 계획이라면 하나의 예술 산책 코스로 연결해봐도 좋겠습니다.


가장 깊은 이야기가 표면에 있을지도 모른다

《Between Surfaces》는 표면 너머의 숨겨진 무엇을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전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표면 자체를 오래 바라보게 합니다.

한지의 섬유와 천의 직조, 종이의 결에는 접촉과 시간, 흡수와 변화의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작품을 볼 때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이 표면에는 무엇이 지나갔을까?”를 생각해보세요. 익숙했던 재료에서 의외로 깊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Between Surfaces》 전시 정보

전시명: 《Between Surfaces》
참여 작가: 심성아, 안나 본다렌느코
전시 기간: 2026년 9월 5일~9월 23일
관람 시간: 수~일요일 13:00~19:00
휴관일: 월요일·화요일
오프닝 리셉션: 9월 5일
전시 장소: arise artspace 어라이즈 아트스페이스
주소: 부산 수영구 망미번영로52번길 105, 2층
연계 전시: 《Polyphonic Lab: Busan》



#BetweenSurfaces #심성아 #안나본다렌느코 #어라이즈아트스페이스 #부산전시 #수영구전시 #망미동전시 #부산현대미술 #한지미술 #재료미술 #현대미술 #PolyphonicLabBusan #부산비엔날레 #전시추천 #아트공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