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 회화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 회화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회화는 미술에서 가장 익숙한 매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캔버스나 종이 위에 이미지를 그리고 색을 쌓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죠.
그런데 익숙한 형식이라고 해서 더 이상 새롭게 실험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주 교동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구미송, 김서연, 정해린 세 작가가 평면 회화라는 형식 안에서 자신의 주제와 감정을 얼마나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예비예술인이 현장과 만나는 프로젝트
이번 전시는 ‘능동형 창작주체 현장연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예비예술인들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작업을 전시장이라는 실제 현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마련됐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완성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멘토링과 전시 구성, 매체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스로 질문하고 작업 방향을 결정하는 ‘창작주체’가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다시 ‘평면 회화’일까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가장 익숙한 매체인 평면 회화를 선택했습니다.
영상과 설치, 디지털 작업 등 표현 매체가 빠르게 확장되는 시대에 다시 회화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익숙한 형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평면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작업만 실험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바라보는 과정 역시 충분히 새로운 창작이 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서 이어지는 대화
회화 작업은 일방적으로 이미지를 그리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떤 대상을 선택할지, 화면 어디에 배치할지, 색을 얼마나 덜어내거나 더할지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대상과 구성, 이미지와 감정을 계속 마주하며 작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래서 ‘끝없는 대화’라는 제목은 작가와 작품 사이에서 반복되는 질문과 선택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구미송·김서연·정해린, 서로 다른 세 개의 질문
참여 작가는 구미송, 김서연, 정해린입니다.
세 사람 모두 평면을 사용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관심을 두는 대상과 감정, 화면을 조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체전에서는 이런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화면이어도 어떤 작품은 인물이나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시선을 끌고, 다른 작품은 색이나 구성 자체가 먼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회화를 볼 때 무엇을 먼저 보시나요? 구체적인 이미지인지, 아니면 화면 전체에서 느껴지는 색과 분위기인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감상 방법입니다.
익숙한 매체를 낯설게 바라보기
창작에서 익숙함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막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에 사용해온 매체를 다시 바라보고, 익숙했던 표현 방식을 일부러 흔들어보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평면은 분명 한계가 있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그 한계 안에서 이미지를 겹치거나 지우고, 공간을 압축하거나 확장하면서 새로운 표현 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제한이 오히려 실험의 출발점이 되는 셈입니다.
‘매체와 형식’에서 시작되는 3주간의 실험
프로젝트는 크게 ‘매체와 형식’과 ‘주제 연구’라는 두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3주간 이어지는 ‘매체와 형식’에서는 다양한 표현 방법을 실험하고, 실제 전시 현장에서 작품이 어떻게 배치되고 관람객과 만나는지를 경험합니다.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는 그 첫 번째 과정입니다.
완성된 결과뿐 아니라 작가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전시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작품 발표전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회화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매체
사진이 등장했을 때도, 영상과 디지털 기술이 발전했을 때도 회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는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작가가 평면으로 돌아와 새로운 질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회화가 단순히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과 움직임, 선택과 시간이 직접 남는 매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는 익숙한 회화가 아직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를 세 명의 젊은 창작자가 직접 실험해보는 전시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만 평가하기보다 어떤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됐고, 평면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했는지 살펴본다면 이번 전시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 전시 정보
전시명: 능동형 창작주체 현장연계 프로젝트 《평면 위의 끝없는 대화》
참여 작가: 구미송, 김서연, 정해린
전시 기간: 2026년 8월 25일~8월 30일
관람 시간: 10: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오프닝: 8월 25일 16:00~18:00
전시 장소: 교동미술관 2관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5
총괄기획: 이광철, 김미라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공동주관: 전주문화재단, 완주문화재단, 교동미술관, 우진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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