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규 《ON & OFF》, 멈춤 속에서도 다시 시작되는 움직임
부산 MERGE? 정병규 개인전, ON과 OFF 사이에서 발견한 가능성
우리의 마음에도 전원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의욕이 넘치다가도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멈춘 것 같다가 예상하지 못한 계기로 다시 움직이기도 합니다.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열리는 정병규의 두 번째 개인전 《ON & OFF 켜지고,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것들》은 이런 인간의 상태를 바라봅니다. 에너지와 관계, 기억과 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ON과 OFF의 순간을 통해 ‘멈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계속 켜져 있을 수 없다
현대사회는 늘 ON 상태를 요구하는 듯합니다.
일하고, 연락하고,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며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잠시 멈추기라도 하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낄 때도 있죠.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에너지가 차오르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정병규의 《ON & OFF》는 그 두 상태를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OFF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일까
이번 전시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OFF에 대한 시선입니다.
보통 OFF는 끝이나 정지, 단절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작가는 오히려 멈춤처럼 보이는 그 순간에도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작은 신호가 시작된다고 바라봅니다.
겨울의 나무가 겉으로는 멈춘 것처럼 보여도 안에서는 봄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멈춰 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곤 하는데요. 지나고 보면 그 시간이 다음 방향을 정리하게 해준 경우도 많았습니다.
감정에도 스위치가 있다
ON과 OFF는 행동뿐 아니라 감정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어느 순간 다시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음은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제는 강했던 감정이 오늘은 희미해지고, 끝났다고 생각한 관계가 하나의 기억 때문에 다시 마음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기도 하죠.
이번 전시의 ON과 OFF는 바로 이런 감정의 변화와 순환까지 포함합니다.
관계 역시 켜지고 꺼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항상 가까운 상태로 유지되는 관계는 많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는가 하면 각자의 삶에 몰두하며 거리가 생기는 순간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잠시 멀어졌다고 해서 관계의 모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함께했던 경험과 기억은 남아 있고, 언젠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연결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여러분에게도 한동안 멀어졌다가 다시 이어진 인연이 있으신가요?
ON과 OFF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
스위치를 떠올리면 켜짐과 꺼짐 두 상태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열정적인 상태도 아니고 완전히 멈춘 것도 아닌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다시 움직이고 싶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거나, 쉬고 싶지만 쉽게 멈추지 못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정병규는 바로 ON과 OFF 사이의 변화에 관심을 둡니다.
그 모호한 중간지대에서 다음 움직임의 가능성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멈춤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전시
우리는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쉽게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는 일과 포기하는 일은 다릅니다.
멈춤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방향을 바꾸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잠시 OFF가 되어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ON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순서가 인상적입니다.
켜지고, 멈추고, 다시 움직입니다.
끝이 ‘멈춤’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는 것들’에 있다는 점에서 전시가 말하는 방향도 보입니다.
다시 켜질 수 있다는 가능성
《ON & OFF》는 항상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는 전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에게는 켜지는 순간도, 꺼지는 순간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 두 상태를 오가며 감정과 관계, 삶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정병규는 OFF를 끝이 아니라 다음 ON으로 이동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요즘 무언가 멈춰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작품 앞에서 자신의 상태를 한번 생각해봐도 좋겠습니다.
지금은 OFF처럼 보이지만, 이미 어딘가에서는 다시 움직이기 위한 작은 신호가 켜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병규 《ON & OFF》 전시 정보
전시명: 제2회 정병규 개인전 《ON & OFF 켜지고,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것들》
작가: 정병규
전시 기간: 2026년 9월 11일~9월 17일
관람 시간: 11:00~19:00
휴관일: 월요일
오픈: 2026년 9월 11일
전시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주소: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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