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솔·김한울·이진석 《Fictionally Alibi》, 데이터의 틈에서 발견한 이야기

《Fictionally Alibi》, 진실과 허구 사이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다

사진 한 장이나 CCTV 영상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실의 증거’라고 믿기 쉽습니다. 하지만 화면이 흐리고 일부가 지워져 있다면 어떨까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우리는 어느 순간 스스로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Fictionally Alibi》**는 바로 그 공백에서 출발합니다. 김다솔, 김한울, 이진석 세 작가는 시스템이 명확하게 기록하지 못한 흔적과 잡음을 각자의 언어로 다시 읽으며 ‘허구의 알리바이’를 만들어갑니다.



알리바이가 ‘부재의 증명’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알리바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 순간 그 장소에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알리바이는 이미 정해진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무언가를 새롭게 기입할 수 있는 공란에 가깝습니다. 분명 감지되었지만 기록되지 않았거나, 데이터가 놓쳐버린 작은 징후들이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CCTV 한 장도 완벽한 진실은 아니다

전시 서문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형사가 잡음으로 가득한 오래된 CCTV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그는 불완전한 이미지를 계속 재배열하며 사건의 진실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할수록 빈 곳에는 해석과 믿음이 들어갑니다.

저도 오래된 사진을 보다가 “이때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고 기억에 없는 장면까지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기록은 언제나 사실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도 바꾸는 것 같습니다.


‘잡음’은 정말 버려야 할 정보일까

데이터를 정리할 때 잡음은 보통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사진의 노이즈를 없애고, 소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숫자에서 오류값을 지웁니다. 하지만 세 작가는 오히려 그 오차와 잡음에 시선을 둡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는 흔적이 있고,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견되는 삶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전시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조르주 페렉의 ‘사적인 사회학’

전시의 출발점에는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의 태도도 놓여 있습니다.

페렉은 거대한 역사나 뉴스의 헤드라인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작은 행동과 흔적을 세밀하게 바라봤습니다.

《Fictionally Alibi》 역시 이런 관점을 빌려 시스템의 틈에서 포착된 사소한 신호를 다시 작품의 언어로 옮깁니다.

여러분이라면 공식 기록과 개인의 기억이 서로 다를 때 어느 쪽을 더 믿으시겠어요?


고해상도의 시대에 더 커진 의심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남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고화질 사진과 영상, 위치 기록과 검색 기록까지 거의 모든 것이 저장됩니다. 그런데 자료가 많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진실이 더 분명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미지와 실제 기록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오히려 무엇을 믿을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은 많아집니다.

그래서 ‘Fictionally’와 ‘Alibi’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관람객도 빈칸을 채우는 사람이 된다

이번 전시는 세 작가가 만든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람객에게 공백을 남겨둡니다.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하고, 그 사이를 자신의 기억과 경험으로 연결하게 합니다.

《Fictionally Alibi》는 진실과 허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게 하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사실이라고 믿는지를 되묻는 전시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곧바로 이해하려 하기보다 ‘무엇이 보이지 않는가’를 먼저 찾아보세요. 어쩌면 비어 있는 부분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Fictionally Alibi》 전시 정보

전시명: 《Fictionally Alibi》
전시 기간: 2026년 9월 12일~10월 11일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00~22:00
휴관일: 월요일 및 공휴일
참여 작가: 김다솔, 김한울, 이진석
기획: 김다솔
전시 장소: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주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
주최: 서초구청
주관: 서초문화재단
오프닝: 2026년 9월 12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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