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다시 바라보는 것들
김명신·노민지·우형빈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기억과 세계 사이의 거리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에 닿으려 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고 싶고, 눈앞의 풍경을 이해하고 싶으며, 가까운 사람의 마음까지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히려 완전히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부산 스페이스167에서 열리는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는 바로 그 ‘거리’를 바라보는 전시입니다. 김명신, 노민지, 우형빈 세 작가는 서로 다른 회화적 언어를 통해 경험과 기억, 나와 타인, 인간과 세계 사이에 남겨지는 틈을 살펴봅니다.
보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같을까
눈앞의 장면을 본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풍경도 직접 그곳에 있었던 사람과 사진으로 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남습니다. 한 사람이 느낀 온도나 냄새, 당시의 감정까지 다른 사람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런 ‘본 것’과 ‘경험한 것’ 사이의 거리에서 시작합니다.
기억은 언제나 조금씩 변한다
과거의 기억도 그대로 머물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부분은 흐려지고, 아주 작은 장면이 오히려 더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지금의 감정이 과거의 기억을 다시 바꾸기도 하지요.
저도 오래된 장소를 다시 찾아갔을 때 실제 풍경보다 기억 속 모습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는데요. 그 순간 ‘내가 기억했던 장소와 지금 보고 있는 장소 중 어느 것이 진짜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세 작가의 작업 역시 이런 기억의 불완전함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봅니다.
김명신·노민지·우형빈, 서로 다른 세 개의 거리
세 작가의 회화는 같은 결론을 향하지 않습니다.
각자는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과 경험 사이의 간격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드러냅니다. 어떤 작업에서는 장면의 흔적이 중요하고, 또 다른 화면에서는 기억이나 감각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 작가를 따로 보는 것보다 작품 사이의 간격까지 함께 살펴보는 편이 흥미롭습니다.
서로 다른 화면이 나란히 놓일 때 ‘거리’라는 전시의 주제가 더 선명해집니다.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은 실패일까
우리는 흔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를 불편해합니다.
작품을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느끼면 정답부터 찾고 싶어지죠.
하지만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는 다른 태도를 제안합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쉽게 규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생각났던 작품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모른다’는 상태 역시 감상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타인과 나 사이에 반드시 남는 것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의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말과 표정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결국 경험의 일부는 개인 안에 남습니다.
전시는 이 거리를 반드시 없애야 할 장애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완전히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더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닿지 않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선
이번 전시에서 ‘닿지 않는다’는 말은 단절이나 포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손에 완전히 잡히지 않는 기억과 감정, 세계를 계속 바라보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는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잠시 벗어나, 대상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전시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빠르게 해석하기보다 마음이 오래 머무는 그림 한 점 앞에 잠시 서보세요. 완전히 알 수 없어서 오히려 다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전시 정보
전시명: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참여 작가: 김명신, 노민지, 우형빈
전시 기간: 2026년 9월 16일~10월 17일
관람 시간: 수~금 14:00~20:00 / 토 11:00~17:00
전시 장소: 스페이스167
주소: 부산 수영구 광안로22번길 60, 2층 SPACE167
주요 분야: 회화
주요 키워드: 거리, 기억, 경험, 타인, 세계, 바라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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