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욱·강민수·강준영·김현주 《담다》, 네 작가가 풀어낸 시간과 기억

 

《담다》, 달항아리와 나전 속에 시간이 머무는 순간

그릇은 무언가를 담는 도구이지만 미술에서 ‘담는다’는 말은 훨씬 넓게 확장됩니다. 한 사람의 기억을 담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과 관계의 흔적을 품기도 합니다.

서울 강남 아트코드갤러리에서 열리는 《담다 — 시간이 머물고, 마음이 쌓이다》는 최영욱, 강민수, 강준영, 김현주 네 작가가 서로 다른 재료로 ‘담음’의 의미를 풀어낸 전시입니다. 달항아리와 회화, 백자와 나전까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기억이라는 공통된 결이 흐릅니다.



최영욱, 달항아리의 빙렬에 인연을 담다

최영욱의 작품에서 달항아리를 자세히 보면 표면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자기 표면에 생기는 미세한 균열인 빙렬을 회화로 옮긴 것입니다. 선들은 어느 지점에서 만나고 다시 갈라지며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이를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의 흔적과 연결합니다.

저도 그의 달항아리를 볼 때면 완벽하게 매끈한 흰색보다 촘촘하게 이어진 선에 더 오래 눈길이 갑니다. 사람의 삶 역시 수많은 만남이 겹쳐 하나의 모습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강민수, 완벽하지 않아 더 아름다운 백자

강민수는 양구 백토와 장작가마 소성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십수 년째 백자 달항아리를 빚어왔습니다.

달항아리는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인 형태가 아닙니다. 위아래 몸체를 만들어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미묘한 비대칭과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생깁니다.

강민수는 이를 결점으로 지우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정확하게 계산된 아름다움보다 조금 부족하고 흔들리는 형태 속에서 조선 백자가 가진 담백한 미감을 발견하게 합니다.


강준영, 달항아리를 하나의 캔버스로

강준영에게 달항아리는 완성된 도자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화면입니다.

항아리 위에 색과 문자, 이미지를 겹겹이 쌓으며 가족과 기억,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전통적인 백자에 현대적인 색채와 언어가 들어오면서 과거와 현재가 한 작품 안에서 만납니다.

여러분은 달항아리를 보면 비어 있는 그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그 안에 무엇인가 가득 담겨 있다고 느끼시나요? 강준영의 작업은 그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합니다.


김현주, 자개의 빛을 금속 위에 담다

김현주는 전통 나전의 끊음질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가늘게 자른 자개를 하나씩 이어 붙이는 끊음질은 많은 시간과 집중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작가는 이를 금속 위에 적용해 전통공예를 현대적인 오브제로 확장합니다.

특히 자개는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초록과 파랑, 보랏빛까지 계속 다른 색을 보여줍니다.

같은 작품인데도 관람객이 움직일 때마다 표정이 변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네 작가를 연결하는 ‘시간’

네 작가의 재료와 제작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하지만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최영욱의 선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간이, 강민수의 백자에는 흙과 불이 지나온 시간이 축적됩니다. 강준영의 겹쳐진 색과 문자에는 가족과 기억이 쌓이고, 김현주의 자개에는 반복되는 손의 노동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담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릇 안에 무언가를 넣는 행위보다 훨씬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시간이 머물고 마음이 쌓이는 전시

《담다》는 화려한 이야기를 앞세우기보다 작품 안에 축적된 시간을 천천히 바라보게 합니다.

달항아리의 균열, 조금 비대칭인 백자의 곡선, 겹쳐진 문자와 색, 자개의 작은 조각은 모두 누군가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입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한 번 보고 지나가기보다 가까이 다가가 표면을 살펴본 뒤 다시 몇 걸음 물러서 보세요. 작은 흔적이 모여 하나의 큰 형태가 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머물고 마음이 쌓인다’는 전시 제목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담다 — 시간이 머물고, 마음이 쌓이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26년 9월 1일~9월 30일
참여 작가: 최영욱, 강민수, 강준영, 김현주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00~19:00
휴관일: 월요일 및 공휴일
전시 장소: 아트코드갤러리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30길 14
주요 분야: 회화, 백자 달항아리, 현대도예, 나전 오브제 



#담다 #시간이머물고마음이쌓이다 #아트코드갤러리 #최영욱 #강민수 #강준영 #김현주 #달항아리 #백자달항아리 #나전 #현대미술 #한국현대미술 #강남전시 #서울전시 #아트공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