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우리가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면》, 멈춤과 실패도 결국 나의 시간이 된다

 

연동문화발전소 이선희 개인전, 결과보다 ‘과정’을 바라보는 전시

우리는 결과를 중심으로 시간을 기억하는 데 익숙합니다.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완성했는지 포기했는지로 지난 일을 정리하곤 합니다.

세종 연동문화발전소에서 열리는 이선희 개인전 **《우리가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면》**은 그 사이에 놓여 있던 시간을 다시 바라봅니다. 작업을 이어오며 반복해서 마주한 멈춤과 실패, 의심과 포기,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나아가려 했던 순간들을 작품으로 풀어냅니다.




결과보다 그 사이의 시간을 보다

작업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잘 풀리지 않아 멈추기도 하고, 자신이 없어 의심하기도 합니다. 어떤 작업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선희는 이런 시간을 실패로만 보지 않습니다.

멈추고 망설였던 순간까지 포함해 오늘의 자신을 만든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저도 어떤 일을 돌아볼 때 잘된 결과보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이 더 오래 기억날 때가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바로 그 구간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5년의 시간과 하루의 시간이 한자리에

이번 전시에는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함께 놓입니다.

길게는 약 15년에 걸쳐 이어진 시간에서 나온 작업도 있고, 짧게는 하루 동안 만들어진 작품도 있습니다.

제작 기간이 다르다는 것은 작품의 깊이가 다르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작업은 오랜 시간 고민이 쌓여야 형태를 얻고, 어떤 작업은 짧은 순간의 감각이 빠르게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전시는 이 서로 다른 속도를 한 공간 안에 놓으며 ‘과정’이라는 말이 얼마나 다양한 시간을 품는지 보여줍니다.


멈춤도 과정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멈춰 있는 시간을 쉽게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이 진전되지 않거나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한 시간에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고, 이전 작업을 다시 바라보며, 포기했던 방향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당시에는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간이 있으신가요?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런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패는 완성의 반대가 아니다

실패라는 말은 보통 성공의 반대처럼 사용됩니다.

하지만 창작에서는 실패한 시도가 다음 작업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원했던 형태가 나오지 않았던 경험, 사용하지 못한 재료, 중단한 작품, 바뀐 계획이 모두 다음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이선희의 전시는 완성작만 바라보는 대신 그 뒤에 쌓인 시행착오까지 하나의 시간으로 인정합니다.

그렇게 보면 실패는 과정 밖으로 밀려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과정의 한가운데 있는 셈입니다.


‘아직 헤매고 있어도 괜찮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모든 시간이 반드시 답을 준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고 해서 곧바로 명확한 해답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다시 바라보는 과정에서 아주 작은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확실하게 깨닫지 못했더라도 지금 헤매고 있는 상태 역시 삶과 작업의 일부라는 태도입니다.


작가의 이전 작업과 이어지는 흐름

이선희는 꾸준히 시간과 삶, 흔들리는 감정과 다시 살아가는 힘을 작품으로 다뤄왔습니다.

《숲과 숨》, 《뾰족한 주름》, 《구름 뒤에는 항상 빛이 존재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어제의 생각》 같은 이전 개인전 제목만 보아도 현재의 감정과 과거의 시간이 이어지는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우리가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면》은 이런 작업세계가 다시 ‘과정’이라는 단어로 모이는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정 속에 있는 지금을 바라보는 전시

이번 전시는 완성된 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겪었던 멈춤과 의심, 실패와 포기의 순간을 함께 꺼내놓습니다.

이선희에게 과정은 성공으로 가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온 삶의 일부입니다.

전시장을 찾는다면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작업 사이의 시간 차이를 천천히 느껴보세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지금 지나고 있는 과정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수 있습니다.


이선희 《우리가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면》 전시 정보

전시명: 《우리가 과정에서 배울 수 있다면》
작가: 이선희
전시 기간: 2026년 9월 17일~10월 1일
관람 시간: 10:00~17:00
휴관일: 일요일·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시 장소: 연동문화발전소
주소: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내송길 20
문의: 044-868-5316
주요 키워드: 과정, 멈춤, 실패, 의심, 포기, 시간, 다시 나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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