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스윽, 탁: 이 움직임에 동의한다면》, 가구의 소리에서 만나는 전통 소목
세종뮤지엄갤러리 김동규 개인전, 먹빛 가구로 다시 읽는 전통 목공예
서랍을 열 때 나는 ‘스윽’, 문을 닫을 때 들리는 ‘탁’.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소리가 전시의 제목이 됐습니다.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 1관에서 열리는 김동규 기획초대전 《스윽, 탁: 이 움직임에 동의한다면》은 가구를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손으로 열고 닫으며 생기는 움직임과 소리, 사용하는 사람과 가구 사이의 관계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입니다.
국가무형유산 소목의 기술에서 출발하다
김동규는 국가무형유산 제55호 소목장 이수자입니다.
소목은 건축의 큰 구조를 만드는 대목과 달리 장과 궤, 문갑, 책상처럼 생활 가까이에 놓이는 목가구를 만드는 전통 기술입니다.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고 짜임과 결구를 통해 구조를 완성하기 때문에 겉모양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정확성까지 중요합니다.
김동규의 작업 역시 이런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기반으로 합니다.
전통 가구가 오늘의 집에 들어온다면
전통공예를 떠올리면 박물관이나 한옥 공간부터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소목을 과거의 양식으로 보존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아파트와 현대적인 실내에도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가구를 고민합니다.
전통의 기술은 그대로 이어가되 형태와 비례, 표면의 느낌은 오늘의 생활방식과 만나도록 조율합니다.
저도 전통가구를 볼 때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집에 놓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때가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그 거리감을 상당히 흥미롭게 좁혀줍니다.
색을 덜어낸 ‘먹빛’의 현대 가구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먹빛의 현대 가구입니다.
작가는 색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색을 덜어내고 빛의 반사를 최소화합니다.
그 결과 시선은 화려한 장식보다 나무의 구조와 선, 면의 비례로 향합니다. 짙은 표면은 공간 속에서 조용히 존재하지만 형태는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전통 목가구의 구조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지점입니다.
‘스윽, 탁’은 가구와 사람이 만나는 소리
전시 제목은 가구를 여닫을 때 실제로 발생하는 소리에서 나왔습니다.
‘스윽’은 문이나 서랍이 움직이는 과정이고 ‘탁’은 그 움직임이 멈추는 순간입니다.
짧은 두 소리 안에는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과 힘, 목재의 구조와 제작자의 기술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집에서 매일 사용하는 가구의 소리를 의식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번 전시를 보고 나면 평범했던 서랍 하나를 여는 행동도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구는 바라보는 조각이 아니라 사용하는 물건
미술관에 들어온 가구는 조각처럼 감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구의 본질에는 쓰임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물건을 넣고 다시 닫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가구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김동규의 작업에서는 아름다운 외형과 정교한 제작기술만큼 이러한 일상의 동작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가구가 완성되는 순간은 제작자가 작업을 끝냈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기 시작할 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
전통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반복한다고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사람이 사용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다시 현재의 문화가 됩니다.
《스윽, 탁: 이 움직임에 동의한다면》은 전통 소목의 기술을 보존하면서도 먹빛과 현대적 형태, 사용자의 움직임을 더해 가구가 오늘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전시장에서는 가구의 정면만 보지 말고 모서리의 결구와 문 사이의 간격, 손잡이와 서랍의 구조까지 천천히 살펴보세요. ‘스윽’에서 ‘탁’으로 이어지는 짧은 움직임 속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김동규 《스윽, 탁: 이 움직임에 동의한다면》 전시 정보
전시명: 《스윽, 탁: 이 움직임에 동의한다면》 김동규 기획초대전
작가: 김동규
전시 기간: 2026년 9월 16일~10월 4일
관람 시간: 09:30~17:00
입장 마감: 16:30
전시 장소: 세종뮤지엄갤러리 1관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 209,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주요 작품: 전통 가구 및 먹빛 현대 가구
작가 이력: 국가무형유산 제55호 소목장 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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