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갤러리 기획전 Ⅱ, 전기숙·정은혜가 묻는 생명과 공존의 방식《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다
우리는 자연을 설명하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 새의 생태를 기록하고, 기후와 환경 변화를 수치로 분석합니다. 그런데 자연을 많이 안다는 것이 정말 자연을 깊이 이해한다는 뜻일까요?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2026 제주갤러리 기획전 Ⅱ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는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전기숙, 정은혜 두 작가는 자연을 인간 바깥에 놓인 풍경이 아니라 여러 생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의 세계로 바라봅니다.
‘날개 한 번’이 만드는 작은 변화
전시 제목은 아주 짧은 움직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마리 새가 날개를 한 번 움직이는 일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그 주변의 공기와 공간에는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자연 안에서 어떤 존재도 완전히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하지요.
이번 전시는 바로 이런 관계에 주목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움직이면 다른 생명과 환경에도 변화가 이어지고, 그 영향은 다시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은 바라보는 대상만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보는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산과 바다를 감상하고, 꽃과 새를 관찰하며 자연을 인간의 시선 안에 놓습니다. 하지만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과 공기, 먹거리와 공간 모두 다른 생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도 자연을 주제로 한 전시를 볼 때 아름다운 풍경부터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전시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전기숙과 정은혜, 서로 다른 시선의 만남
전기숙과 정은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생명을 바라봅니다.
중요한 것은 두 작가가 자연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쉽게 이름 붙이거나 의미를 단정하기보다, 관찰하고 머물며 관계를 살펴봅니다.
그래서 작품은 자연을 정답처럼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스스로 감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깁니다.
알 수 없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태도
요즘은 무엇이든 빠르게 이해하고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 검색하고, 짧은 문장으로 답을 얻으려 합니다. 하지만 자연과 생명은 항상 그렇게 간단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이름을 모르더라도 한참 바라보게 되는 식물이나 새를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이번 전시는 ‘알 수 없음’ 자체를 불편해하지 않고 그 곁에 오래 머무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제주에서 시작해 자연의 이야기로 확장하다
이번 전시는 제주갤러리가 이어오고 있는 자연과 생명에 관한 기획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25년 기획전 《베란다 부엉이의 칸타타》에 이어 제주의 중요한 자산인 자연을 바탕으로 인간과 비인간 생명 사이의 관계를 더 깊게 바라봅니다.
제주라는 지역성을 단순히 풍경으로 소비하지 않고, 생태와 공존의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의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작품보다 ‘관계’를 보는 전시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는 자연을 아름답게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전시가 아닙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규정해온 방식을 잠시 멈추고, 서로 다른 생명들이 어떤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전시장을 찾는다면 작품 속 대상을 정확히 알아내려 하기보다 자신이 어떤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먼저 느껴보세요. 설명되지 않는 부분 앞에 조금 더 오래 머무는 경험 자체가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26 제주갤러리 기획전 Ⅱ 전시 정보
전시명: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
참여 작가: 전기숙, 정은혜
전시 기간: 2026년 9월 24일~10월 12일
관람 시간: 10:00~19:00
입장 마감: 18:30
휴관일: 매주 화요일, 추석 당일
전시 장소: 제주갤러리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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