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뮤지엄 《쉼표》, 최목운·이지이·이영애·정현순이 건네는 느림의 감각

 

《쉼표: 슬로우 리추얼》, 빠른 일상에서 나만의 속도를 다시 찾는 시간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고, 커피를 마시고 길을 걷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비슷한 행동은 매일 반복됩니다. 너무 익숙하다 보니 우리는 이런 시간이 삶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합니다.

한강뮤지엄에서 열리는 **《쉼표: 슬로우 리추얼》**은 최목운, 이지이, 이영애, 정현순 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렇게 지나쳐온 일상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더 빨리 움직이는 방법보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리듬을 발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전시입니다.




‘리추얼’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다

리추얼(Ritual)은 흔히 종교적인 의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의미하는 것은 훨씬 가까운 일상의 행동입니다.

아침에 물을 한 잔 마시는 일, 천천히 걷는 시간, 식물을 돌보거나 책장을 넘기는 일도 하나의 리추얼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그 행동을 어떤 감각으로 경험하느냐입니다.


빠름이 당연해진 시대

우리는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는 바로 답하고, 식사와 이동 시간까지 줄이면서 다음 일을 준비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 목적 없이 머무는 시간은 어느 순간 낭비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바쁜 날에는 일을 하나 끝내기도 전에 다음 할 일을 생각할 때가 있는데요. 막상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도 그날 어떤 기분이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쉼표》는 바로 그 잃어버린 감각을 다시 불러냅니다.


반복되는 일상은 정말 지루할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해서 모든 순간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제의 햇빛과 오늘의 햇빛이 다르고, 같은 길을 걸어도 기분과 계절에 따라 풍경이 달라집니다.

네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시간의 흔적, 반복, 몸의 감각, 자연의 리듬과 일상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빠르게 작품의 의미를 찾기보다 오래 머물수록 작은 차이가 보이는 이유입니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관람이다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읽고 사진을 찍은 뒤 바로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는 일이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반대로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 하나를 골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색의 변화와 재료의 질감, 작품 주변의 빛까지 천천히 살펴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나타납니다.

여러분은 최근 아무 목적 없이 한곳에 가만히 머물러본 적이 언제였나요?


네 작가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리듬

최목운, 이지이, 이영애, 정현순은 하나의 ‘느림’을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속도가 다른 것처럼 작가가 바라보는 시간과 자연, 일상의 감각도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천천히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아닙니다.

나에게 필요한 속도가 무엇인지 스스로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쉼표는 멈춤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여백

문장에서 쉼표는 문장을 끝내지 않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이번 전시의 ‘쉼표’도 비슷합니다.

《쉼표: 슬로우 리추얼》은 바쁜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라고 말하기보다 잠시 멈추고 자신의 시간과 감각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전시장을 찾는다면 많은 작품을 빨리 보는 것보다 마음에 남는 한 작품 앞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러보세요. 그 짧은 시간이 반복되는 일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작은 리추얼이 될 수 있습니다.


《쉼표: 슬로우 리추얼》 전시 정보

전시명: 《쉼표: 슬로우 리추얼》
참여 작가: 최목운, 이지이, 이영애, 정현순
전시 기간: 2026년 9월 16일~2027년 3월 14일
전시 장소: 한강뮤지엄
주소: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경강로926번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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