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갤러리 원 회원전, 관계와 존재를 잇는 《잇다, 있다, -있다》
《잇다, 있다, -있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하나의 이야기가 되다
혼자 있을 때는 하나의 점처럼 보이던 존재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순간 하나의 선이 됩니다. 그 선들이 모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청주 갤러리 원 A관에서 열리는 예술별찌문화사회적협동조합 회원전 《잇다, 있다, -있다》는 바로 그 ‘연결’과 ‘존재’에 관한 전시입니다. 회화부터 도자, 목공, 손뜨개, 자개, 누름꽃까지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을 통해 기억과 관계, 노동과 쉼, 희망을 풀어냅니다.
‘잇다’에서 ‘있다’로
전시 제목은 짧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잇다’는 떨어진 것을 연결하는 행동이고, ‘있다’는 존재 자체를 의미합니다. 서로를 이어주는 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존재 역시 조금 더 분명해진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하나의 주제를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경험과 재료를 통해 각자의 ‘있음’을 보여주고, 그것이 전시장 안에서 다시 하나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그리움이 과거의 나에게 닿다
김영애의 작업에서는 그리움의 방향이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그리움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래 돌아 도착한 곳에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있습니다. 잊고 살았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다시 연결하면서 작품은 조용한 회복의 이야기가 됩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결국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는 생각이 오래 남습니다.
물방울처럼 이어지는 사람의 인연
남영주의 작업에서는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파장이 관계의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만든 움직임이 주변으로 번지고 다른 파장과 만나듯 사람의 인연도 서로에게 흔적을 남깁니다.
여러분도 아주 짧은 만남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적 있으신가요?
《잇다, 있다, -있다》에서는 이렇게 작아 보이는 관계의 순간이 중요한 이야기가 됩니다.
달항아리·손뜨개·자개가 전하는 연결
박선희는 달항아리에 꽃과 나비, 물고기를 담아 행복과 좋은 기운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서북현은 전통 창살과 현대 손뜨개를 연결합니다. 작은 뜨개 모티브가 하나씩 이어져 큰 작품을 만들고, 노란 나비는 사람과 예술 사이의 소통을 상징합니다.
신미희는 흙의 질감을 살린 도자 작업과 솟대를 통해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이영순은 전통 나전공예와 다른 공예기법을 결합해 과거와 현재를 잇습니다.
버려진 나무도 하나의 마을이 된다
박현희는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자투리 나무를 집과 건물로 바꿔 하나의 마을을 만듭니다.
서로 다른 조각들이 모였을 때 이전에는 없던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작업을 볼 때면 재료 자체보다 ‘왜 작가는 이 조각을 버리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완벽하지 않은 조각도 자리를 만나면 충분히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노동과 시간도 작품 속에 ‘있다’
이명옥의 작품에서는 손과 곡물, 식재료가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수없이 반복된 손의 움직임에는 경험과 시간이 쌓입니다. 작은 재료들이 모여 음식이 되듯 반복되는 노동은 결국 한 사람만의 기술과 삶을 만들어냅니다.
조준경은 ‘각로(覺路)’라는 개념을 통해 직지심체요절의 정신을 현대 목공예와 생활소품으로 재해석합니다. 과거의 기록문화가 오늘의 생활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이야기
성영숙의 꽃, 이춘하의 자연과 벤치, 황순자의 누름꽃 작업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와 쉼이라는 메시지가 두드러집니다.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한 송이 꽃이 그 자리에 피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잇다, 있다, -있다》는 서로 다른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하고, 그 존재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더 큰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전시장에서는 먼저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하나 찾은 뒤 그 작품에서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재료는 달라도 결국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재, 기억과 희망을 ‘잇는’ 이야기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잇다, 있다,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예술별찌문화사회적협동조합 회원전 《잇다, 있다, -있다》
전시 기간: 2026년 9월 15일~9월 20일
관람 시간: 11:00~20:00
휴관일: 없음 / 연중무휴
관람료: 무료
전시 장소: 청주 갤러리 원 A관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81번길 63, 1층
문의: 043-221-5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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