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헌 《컬러의 들판》, 지베르니의 빛과 기억을 색면으로 그리다
송인헌 《컬러의 들판》, 지베르니의 빛과 기억을 색면으로 그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풍경은 사진처럼 정확하게 기억되지 않습니다. 유난히 강했던 햇빛이나 초록의 온도, 어느 들판에서 느꼈던 공기처럼 몇 가지 감각이 더 오래 남곤 합니다.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 2관에서 열리는 송인헌 기획초대전 **《컬러의 들판: COLORED FIELD》**는 이런 기억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베르니에서 경험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빛과 색, 그 순간의 감각을 자신만의 색면회화로 다시 구성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40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베르니 풍경이 색면으로 바뀌다
지베르니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모네의 정원과 수련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송인헌은 특정 장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떨어집니다. 풍경을 바라보며 경험했던 색과 빛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고, 그것을 면과 색의 관계로 바꿉니다.
그래서 화면은 실제 풍경과 닮아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추상적인 공간처럼 보입니다.
풍경을 ‘본 것’과 ‘기억한 것’의 차이
같은 장소를 다녀와도 사람마다 기억하는 색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하늘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들판이나 나무 사이의 빛을 오래 떠올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형태는 희미해지고 당시의 감각만 더 선명하게 남기도 합니다.
저도 여행 사진을 다시 볼 때 실제 사진보다 머릿속에 남아 있던 색이 훨씬 따뜻하거나 강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송인헌의 작업은 바로 이 기억이 풍경을 다시 만드는 과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색이 풍경보다 먼저 보이는 순간
색면회화는 화면을 구성하는 넓은 색의 영역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송인헌의 작품에서도 먼저 특정 나무나 건물을 찾기보다 화면 전체에 펼쳐진 색의 리듬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 밝은 면과 무게감 있는 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따라가다 보면 구체적인 설명 없이도 풍경의 온도와 분위기가 전달됩니다.
여러분은 풍경을 기억할 때 형태와 색 가운데 무엇이 더 먼저 떠오르시나요?
빛은 같은 색도 다르게 만든다
자연의 색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들판도 아침과 오후가 다르고, 구름이 지나가면 몇 초 만에 분위기가 변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초록 하나에도 수많은 차이가 생깁니다.
송인헌은 지베르니에서 마주한 이러한 빛과 색의 경험을 화면 안에서 새로운 조형언어로 바꿉니다.
그래서 작품을 볼 때 색 이름을 정하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색이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를 느껴보는 편이 흥미롭습니다.
40여 점으로 펼쳐진 ‘컬러의 들판’
이번 전시에서는 감각적인 색면회화 40여 점이 소개됩니다.
작품 수가 적지 않은 만큼 한 점씩 독립해서 보기보다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색의 풍경처럼 바라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멀리서는 색면 사이의 균형을 보고, 가까이에서는 표면과 색의 층을 살펴보세요. 같은 작품도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기억 속 풍경을 다시 만나는 전시
《컬러의 들판》은 지베르니라는 특정 지역을 소개하는 풍경전에 머물지 않습니다.
작가가 경험한 자연이 기억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다른 색과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지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송인헌에게 풍경은 눈앞에 있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시간이 지난 뒤 마음속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색의 기억입니다.
전시장을 찾는다면 ‘어디를 그렸을까’를 찾기 전에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을 하나 골라보세요. 그 색을 따라가다 보면 송인헌이 만들어놓은 또 하나의 지베르니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송인헌 《컬러의 들판: COLORED FIELD》 전시 정보
전시명: 《컬러의 들판: COLORED FIELD》
작가: 송인헌
전시 기간: 2026년 9월 2일~9월 16일
관람 시간: 09:30~17:00
입장 마감: 16:30
전시 장소: 세종뮤지엄갤러리 2관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 209, 세종대 대양AI센터 B2
전시 작품: 감각적인 색면회화 약 4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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