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운 《Visunium》, AI와 실시간 데이터가 만드는 변하는 풍경

 

강대운 《Visunium》, AI와 실시간 데이터가 만드는 변하는 풍경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이 움직일 때마다 이미지와 소리가 달라진다면 그 작품의 완성자는 누구일까. 작가일 수도 있고, 기술일 수도 있으며, 그 순간 공간에 들어온 관람객일 수도 있다.

부산 Space bv에서 열리는 **강대운 개인전 《Visunium 비주니엄》**은 프로그래밍과 AI, 실시간 데이터, 이미지와 사운드를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프로젝트다.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활동해온 강대운 작가는 자신이 해외에서 이주자로 살아오며 경험한 정체성의 변화를 출발점으로, 인간과 기술 그리고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탐구한다.



고정되지 않는 정체성을 바라보다

《Visunium》의 중요한 출발점은 ‘정체성’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하나의 고정된 존재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거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자신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강대운 역시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생활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하나의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타인과 환경, 문화와 관계를 통해 계속 변화한다는 경험을 했다.

이번 작업은 바로 그런 변화의 과정을 이미지와 사운드, 데이터의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군도적 사고’, 섬은 떨어져 있으면서 연결된다

전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 에두아르 글리상의 ‘군도적 사고’​다.

군도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섬은 분리돼 있지만 바다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글리상의 군도적 사고 역시 하나의 중심이나 동일성을 강조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자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관계를 만드는 방식에 주목한다.

강대운의 《Visunium》도 비슷하다. 관객과 자연환경, 알고리즘과 AI가 하나의 중심을 따르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작품을 계속 변화시킨다.


관객이 움직이면 작품도 달라진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의 특징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의 움직임과 실시간 데이터, 자연환경 데이터, AI와 알고리즘​이 작품의 구성 요소가 된다. 이 정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매 순간 새로운 이미지와 사운드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같은 작품을 두 번 본다고 해도 완전히 동일한 장면을 다시 만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저도 이런 미디어 작품을 볼 때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화면을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내가 움직였을 때 공간이 실제로 반응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관람자가 작품 밖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AI는 작가의 도구일까, 함께 만드는 존재일까

오늘날 AI를 활용한 미술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Visunium》에서 AI는 이미지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단순한 제작 도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관객의 움직임과 환경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가 알고리즘을 지나며 계속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시스템을 설계하지만 최종적인 이미지를 모두 통제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생성되는 과정에 가까워진다.

여러분이라면 매번 결과가 바뀌는 작품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지털 시대의 예술이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미지와 사운드가 하나의 공간을 만들다

강대운의 작업에서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별도로 바라보기 어렵다.

화면에서 만들어지는 시각적인 변화와 소리, 관객의 위치가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로젝션이나 디지털 이미지가 변하면 공간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사운드의 흐름에 따라 같은 이미지도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작품을 한 장소에 서서 보는 것보다 직접 이동하면서 이미지와 소리의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과 카나리아 제도를 잇는 ‘군도랩’

《Visunium》은 강대운의 개인 작업이면서 동시에 **《군도랩: Archipelago Lab》**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군도랩은 부산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연결해 서로 다른 지역의 예술가가 교류하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다. 강대운은 참여작가이면서 두 지역을 연결하는 현지 공동기획자로도 오랫동안 관계를 만들어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산과 카나리아 제도가 각각 하나의 섬이라면, 예술가의 교류가 그 사이에 새로운 연결선을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 자체도 전시가 이야기하는 ‘군도적 사고’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자음악 그룹 LAGOSS와 함께하는 오프닝

8월 21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오프닝에서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자음악 3인조 LAGOSS의 라이브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된다.

미디어아트와 전자음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이미지와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공간에 라이브 음악이 더해지면서 작품은 다시 한 번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


관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풍경

《Visunium》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 자체가 아니다.

AI와 프로그래밍, 실시간 데이터는 결국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언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인간과 환경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멀리 떨어진 도시와 문화가 연결된다. 각각은 독립적인 존재지만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강대운의 《Visunium》은 정체성이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디지털 기술로 보여주는 전시다.

AI와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기술의 방식만 보기보다 전시장 안에서 자신의 움직임이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직접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강대운 《Visunium》 전시 정보

전시명: Visunium 비주니엄
작가: 강대운
전시 기간: 2026년 8월 21일~9월 5일
관람 시간: 11:00~18:00
휴관일: 일요일·월요일
전시 장소: Space bv
주소: 부산 금정구 체육공원로 595 붐빌 Space bv
오프닝: 2026년 8월 21일 오후 6시
오프닝 공연: LAGOSS 라이브 퍼포먼스
오프닝 공연 참가비: 10,000원 현장 결제
연계 프로젝트: 군도랩(Archipelago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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