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TOWARDS: There Was Light》, 빛을 따라 자연의 생명으로

 

김보희 《TOWARDS: There Was Light》, 빛을 따라 자연의 생명으로

아침 햇빛을 받은 나뭇잎과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멀리 이어지는 수평선. 김보희의 그림에서는 자연이 배경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식물 하나하나가 화면의 주인공이 되고, 빛은 풍경을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생명처럼 느껴집니다.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김보희 개인전 《TOWARDS: There Was Light》**는 2026년 8월 26일부터 10월 18일까지 이어집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만들어온 작가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머무르다

김보희는 오랫동안 자연을 주요 소재로 작업해왔습니다.

특히 제주에서 생활하며 가까이에서 만난 나무와 꽃, 바다와 하늘은 그의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작품은 특정 장소를 사진처럼 재현하는 풍경화와는 다릅니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기억한 자연을 다시 화면 안에서 정리하면서 현실과 기억이 섞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저도 김보희의 그림을 보면 어디인지 알아맞히려 하기보다 그 공간에 잠시 들어가 머물고 싶다는 느낌을 먼저 받습니다. 자연을 ‘보는 그림’이라기보다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을 만드는 회화에 가깝습니다.


《TOWARDS》, 자연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시선

김보희의 작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제목이 **《Towards》**입니다.

‘Towards’는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자연은 한 번 보고 완성되는 대상이 아니라 평생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세계처럼 보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고, 잎의 모양과 빛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같은 자연에서도 계속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번 전시 제목에 붙은 ‘There Was Light’ 역시 이러한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빛이 생기면서 사물의 형태가 드러나고 색이 나타나며 풍경이 시작됩니다.


빛이 화면을 만드는 방식

김보희의 작품에서 빛은 매우 중요합니다.

햇빛을 직접 그렸다기보다 잎과 가지, 바다와 하늘이 빛을 받으면서 달라지는 색을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반복되면서 정지된 식물에서도 미묘한 움직임이 생깁니다. 특히 화면을 가득 채운 잎과 가지를 보고 있으면 바람이 지나가는 순간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빛은 단순한 명암 표현을 넘어 시간까지 보여줍니다. 아침인지 오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에 따라 자연의 색과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다

김보희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오랫동안 동양화 교육과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동시에 캔버스와 아크릴, 수성 재료 등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전통적인 동양화의 범위를 확장해왔습니다.

화면을 바라보면 서양 풍경화처럼 깊이 있는 공간이 느껴지는 동시에, 동양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온 여백과 평면적인 구성도 함께 발견됩니다.

어느 한쪽 방식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자연의 감각에 맞춰 재료와 표현을 선택한다는 점이 김보희 회화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하나의 세계가 되다

김보희의 그림에서는 거대한 풍경만큼 작은 식물도 중요합니다.

잎의 모양과 줄기, 꽃과 열매를 가까이에서 바라본 화면에서는 하나의 식물이 거대한 우주처럼 확대됩니다.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잎맥이나 가지 사이의 빛이 작품 속에서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 됩니다.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나무 한 그루를 몇 분 동안 가만히 바라본 적이 언제인가요? 그의 작품 앞에서는 자연을 보는 속도 자체가 자연스럽게 느려집니다.


제주라는 장소가 만든 회화

김보희는 현재 제주를 기반으로 작업하며 섬의 자연을 지속적으로 화면에 담아왔습니다. 제주에서 경험하는 강한 햇빛과 바람, 바다와 식생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입니다.

하지만 작품은 제주를 관광지의 이미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특정 명소보다 작가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나무와 정원, 바다와 하늘을 오래 바라보면서 자연의 일상적인 시간을 기록합니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화려하기보다 조용하고, 멀리 있는 자연보다 곁에 있는 자연에 가깝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작품이 된다

김보희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가일지도 모릅니다.

하루에도 계속 달라지는 빛과 계절마다 변하는 식물을 오랜 시간 관찰한 경험이 화면에 쌓입니다.

그 때문에 작품에서는 순간적인 인상보다 시간이 축적된 깊이가 느껴집니다.

빠른 이미지에 익숙해진 시대에 이런 회화는 조금 다른 감상 방식을 요구합니다. 작품 앞에서 시간을 들여 바라볼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색과 선, 작은 움직임이 하나씩 나타납니다.


빛이 있었고, 그곳에 생명이 있었다

《TOWARDS: There Was Light》라는 제목은 김보희가 오랫동안 이어온 자연에 대한 시선을 잘 보여줍니다.

빛이 있기 때문에 나무와 바다가 보이고, 식물이 성장하며 계절이 변화합니다.

김보희의 회화에서 자연은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빛과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는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려한 장면을 빠르게 찾기보다 한 작품 앞에서 조금 오래 머물러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초록빛 풍경처럼 보였던 화면에서 어느 순간 빛과 바람, 식물의 움직임이 하나씩 드러날 수 있습니다.


김보희 《TOWARDS: There Was Light》 전시 정보

전시명: 《TOWARDS: There Was Light》
작가: 김보희 Kim Bohie
전시 기간: 2026년 8월 26일~10월 18일
전시 장소: 갤러리현대 Gallery Hyundai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관람 시간: 10:00~18:00
휴관일: 월요일
주요 키워드: 자연, 제주, 식물, 빛, 풍경, 생명, 현대 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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