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미 《Sunflower Codes》, 해바라기에 담은 생성과 부활의 코드

 

왕영미 《Sunflower Codes》, 해바라기에 담은 생성과 부활의 코드

환하게 피어난 해바라기는 흔히 희망과 긍정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하지만 꽃이 가장 화려하게 만개한 순간에는 이미 시들어가는 시간도 함께 시작되고 있다.

왕영미 작가는 바로 이 역설적인 순간을 바라본다. **개인전 《Sunflower Codes》**에서는 해바라기를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재현하는 대신, 피어남과 소멸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순환을 강렬한 색과 즉흥적인 붓질로 풀어낸다. 전시는 대구혁신도시의 루나 아틀리에에서 2026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해바라기는 작가 자신과 대화하는 대상

왕영미에게 꽃은 예쁜 정물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해바라기를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기 위한 대상으로 바라본다. 눈앞의 형태와 색을 정확히 모사하기보다는 꽃을 바라보는 순간 일어나는 감정과 에너지를 화면에 직접 옮긴다.

그래서 화면에는 실제 해바라기의 구조가 남아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번지는 색과 거친 터치가 함께 나타난다. 계획적으로 정돈된 꽃보다 살아 움직이는 감정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작가 역시 작업 과정에서 계산된 표현을 피하고 순간의 순수한 감정을 충실하게 담는 표현주의적 방식을 강조한다.


‘Sunflower Codes’, 꽃 속에 숨은 삶의 암호

전시 제목의 ‘Codes’라는 단어가 흥미롭다.

왕영미의 해바라기는 하나의 정답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노란색은 생명과 열정이 되기도 하고, 강하게 뒤틀린 꽃잎은 변화와 불안을 떠올리게 한다. 검거나 깊은 색으로 표현된 중심부 역시 밝음 뒤에 존재하는 또 다른 시간을 보여준다.

저도 해바라기 그림을 볼 때는 보통 가장 밝은 노란색부터 바라보게 되는데, 왕영미의 작업에서는 오히려 꽃의 중심과 주변에서 충돌하는 색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밝음과 어둠이 함께 있기 때문에 생명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만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중요한 개념은 ‘Fully Grown’, 즉 완숙과 만개​다.

우리는 흔히 꽃이 활짝 핀 순간을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에서는 만개와 쇠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부터 꽃은 다음 변화로 이동한다.

왕영미는 그 지점에서 슬픔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사라짐 뒤에 다시 피어나는 생명,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안에서 시작되는 또 다른 시간이다. 이러한 생성과 부활의 관심은 해바라기를 우주적 공간에 배치한 ‘Dionysus Flower’ 시리즈에서도 이어진다.


표현주의적 붓질이 만드는 해바라기의 에너지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꽃의 형태보다 물감과 붓의 움직임이 먼저 보이는 순간이 있다.

빠르게 지나간 붓질, 두껍게 쌓인 색, 서로 침범하는 경계는 해바라기를 정적인 식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느끼게 한다.

표현주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을 얼마나 똑같이 그렸느냐가 아니라 감정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전달하느냐다. 왕영미 역시 해바라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화면의 색과 터치로 바꾼다.

여러분은 해바라기를 보며 희망만 떠올리는가. 아니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시간의 감각을 함께 느끼는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해바라기 작업

《Sunflower Codes》는 갑자기 만들어진 단발성 주제가 아니다.

왕영미는 ‘Sunflower Codes’를 비롯해 ‘Dionysus Flower’, ‘Fully Grown’, ‘Blooming’ 등 해바라기를 중심으로 여러 작업을 지속해왔다. 2024년 《영원회귀》, 2025년 《해바라기의 긴장》과 《Sunflower Codes》 등 개인전을 통해 이 소재를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해왔다.

같은 꽃을 반복해서 그린다는 것은 같은 이미지를 반복한다는 뜻과는 다르다. 계절도 마음도 달라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변하기 때문이다.

왕영미에게 해바라기는 그래서 하나의 소재라기보다 긴 시간 동안 자신과 대화해온 회화적 언어에 가깝다.


다시 피어날 시간을 바라보는 전시

《Sunflower Codes》를 보고 있으면 꽃의 아름다움보다 ‘시간’이라는 단어가 오래 남는다.

피어나고, 가장 화려해지고, 시들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과정은 사람의 삶과도 닮아 있다. 왕영미는 그 순환을 비극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와 에너지로 전환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보다 물감의 흔적과 색채가 가진 힘을 천천히 느끼고 싶다면 작품 앞에서 조금 오래 머물러보길 권한다.

왕영미의 해바라기는 완벽하게 피어난 꽃을 기록하는 그림이 아니라, 사라지는 순간에도 다시 피어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생명의 초상에 가깝다.


왕영미 《Sunflower Codes》 전시 정보

전시명: 왕영미 개인전 《Sunflower Codes》
작가: 왕영미(Wang Young-Mi)
전시 기간: 2026년 7월 1일~12월 31일
전시 장소: 루나 아틀리에(LUNA ATELIER)
주소: 대구광역시 동구 이노밸리로 322 비전스퀘어 159호
관람 시간: 화~금 11:00~14:00 상시 개방
관람료: 화~금 상시 관람 무료
토~월 및 그 외 시간: 사전 예약제, 관람료 1만원
주최·주관: 루나 아틀리에
문의: 010-3452-8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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