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場과 面(장과 면)》, 장소와 기억을 사진의 새로운 면으로 펼치다

 

《Scene: 場과 面(장과 면)》, 장소와 기억을 사진의 새로운 면으로 펼치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기억할 때 머릿속에는 무엇이 남을까. 선명한 풍경일 수도 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나 냄새, 소리처럼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감각일 수도 있다.

서리풀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Scene: 場과 面(장과 면)》은 박선영과 이진영 두 작가가 장소를 바라보고 기록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 전시다. 두 사람 모두 사진에서 출발하지만 결과는 전통적인 인화 사진에 머물지 않는다. 장소의 기억을 물질로 옮기거나, 반대로 물성을 덜어내 디지털 이미지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오늘날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질문한다.



‘場’과 ‘面’, 제목에 담긴 전시의 핵심

전시 제목의 ‘장(場)’은 장소, ‘면(面)’은 이미지가 나타나는 표면으로 읽을 수 있다.

사진은 본래 어떤 장소와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였다. 하지만 오늘날 사진은 종이에 인화된 물질이면서 동시에 스마트폰 화면, CCTV, 온라인 데이터처럼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이미지로도 존재한다.

《Scene: 場과 面》은 바로 이 변화에 주목한다. 무엇을 촬영했는가보다 그 장면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전시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박선영, 이별한 장소를 다시 떠올리는 방법

박선영은 장소와 개인의 기억 사이에 남아 있는 감정을 작업으로 옮긴다.

작가는 사람들이 이별했던 장소를 이미지에 투영하거나 자신의 기억 속 ‘첫 바다’와 연결된 해변을 탁본 방식으로 기록한다.

탁본은 표면에 종이를 대고 문질러 그 흔적을 직접 떠내는 방식이다. 카메라로 장면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대상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

그래서 박선영의 작업에서는 장소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풍경이 아니라 손과 몸으로 접촉한 흔적처럼 느껴진다.

저도 사진 전시를 볼 때 매끄럽게 인화된 이미지에 익숙한 편인데, 이렇게 표면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을 만나면 장소의 기억이 훨씬 물질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첫 바다의 기억은 사진으로 남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오래 기억하는 장소가 있다.

어린 시절 처음 보았던 바다나 오래 살았던 동네, 중요한 사람과 헤어진 길처럼 장소는 시간이 지나도 감정과 함께 남는다.

하지만 기억 속 풍경은 실제 장소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는 사라지고, 특정한 장면만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박선영은 이러한 기억의 불완전함을 지우기보다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인다. 장소를 정확하게 복제하기보다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의 감각을 다시 드러내는 것이다.


이진영, 동네 다리에서 시작된 아카이브

이진영은 장소를 기록하는 방식에서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작가는 동네에 있는 다리를 중심으로 사진과 텍스트 자료를 수집해 하나의 아카이브로 구성한다.

다리는 매우 일상적인 시설이다. 매일 지나가면서도 특별히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장소를 계속 기록하고 관련된 이야기를 모으면 평범했던 구조물은 점차 사람들의 시간과 기억이 축적된 장소로 바뀐다.

사진과 텍스트를 함께 사용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 장의 이미지가 보여주지 못하는 정보와 기억을 문장이 보완하면서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넓어진다.


CCTV 화면도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이진영의 또 다른 작업에서는 전 세계 CCTV 화면 속 일상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특별한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CCTV 화면을 관찰하고 그중 100여 장을 스크린샷으로 포착한다.

누군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결정적인 순간을 촬영한 것이 아니다. 이미 작동하고 있던 카메라의 화면에서 작가가 특정 장면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것도 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여러분은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CCTV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전시는 그 경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직접 고민하도록 만든다.


사진의 물성을 더하는 작가, 덜어내는 작가

두 작가의 차이는 특히 ‘물성’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박선영은 탁본과 다양한 표면을 통해 사진에 물질적인 감각을 더한다. 이미지가 종이나 표면에 남겨진 하나의 물체처럼 존재한다.

반면 이진영은 CCTV와 스크린샷, 디지털 아카이브처럼 사진의 물성을 줄이고 이미지와 데이터의 성격을 강조한다.

한쪽에서는 이미지가 사물이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물이 이미지로 변한다.

서로 반대 방향처럼 보이지만 결국 두 작업 모두 사진이라는 매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만난다.


사진은 반드시 카메라로 찍어야 할까

오늘날 사진의 의미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AI 이미지, CCTV 화면과 위성사진, 캡처 이미지가 같은 화면 안에서 소비된다. 종이 사진을 직접 만지는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Scene: 場과 面》은 이런 시대의 변화를 작품 안으로 가져온다.

사진을 특정한 기술이나 형태로 정의하기보다 작가가 장소에 어떻게 반응하고 그 감각을 어떤 면 위에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나면 ‘이것은 사진인가’라는 질문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오래 남는다.


장소를 보는 방식까지 달라지는 전시

박선영과 이진영의 작품은 모두 특별한 관광지보다 일상의 장소에서 출발한다.

해변과 다리, CCTV 속 이름 모를 거리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이 작가의 시선을 거쳐 다른 의미를 얻는다.

《Scene: 場과 面》은 사진 장르에 관심 있는 관람객뿐 아니라 장소와 기억, 디지털 이미지의 변화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전시다.

전시장을 나온 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던 길이나 다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전시가 던진 질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Scene: 場과 面(장과 면)》 전시 정보

전시명: Scene: 場과 面(장과 면)
참여 작가: 박선영, 이진영
전시 기간: 2026년 8월 12일~9월 5일
관람 시간: 화요일~일요일 11:00~22:00
휴관일: 월요일 및 공휴일
전시 장소: 서리풀아트갤러리
주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3길 1, 서초문화재단 서리풀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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