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S》, 인공의 세계에 익숙해진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
《OTHERS》, 인공의 세계에 익숙해진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자연보다 화면을 더 오래 바라보고, 흙이나 바람보다 인공적인 온도와 조명 속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 더 이상 ‘인공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부산 해운대구 송정의 너티뮤즈스튜디오(Naughty Muse Studios)에서 열리는 그룹전 **《OTHERS》**는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Noah, 이정민, 김대홍, Gordon Robert Bazsali Jr. 네 작가가 참여해 인공적인 세계와 자연의 단절,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연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시는 제1회 부산 아트 스페이스 페스티벌 ‘다면적실험실’의 일환으로 마련됐습니다.
인공적인 것이 더 이상 인공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OTHERS》가 던지는 질문은 꽤 현실적입니다.
기술과 도시 환경은 우리 생활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공간은 멀리 떨어진 사람을 연결하고, 실내 환경은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줄여줍니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는 데 있습니다.
전시는 “인공적인 세계가 더 이상 인공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바라봅니다. 자연과 멀어진 상태조차 하나의 불편함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취향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생각하게 합니다.
사라진 것을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무엇인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보통 빈자리를 느낍니다.
그런데 대체물이 너무 편리하고 익숙하다면 원래 있던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직접 만남이 온라인 대화로 바뀌고, 자연 풍경이 디지털 이미지로 대체되며, 실제 경험보다 기록된 이미지가 더 중요해지는 상황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느라 정작 눈앞의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OTHERS》가 다루는 ‘단절’은 아주 거대한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일상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가깝습니다.
‘Others’, 다른 존재는 누구일까
전시 제목 **《OTHERS》**는 여러 방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고, 인간이 아닌 자연과 동식물 또는 기술적인 존재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관계가 달라진다면 ‘타자’의 범위 역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주변인가. 무엇을 자연으로 보고 무엇을 인공으로 구분할 것인가.
전시는 제목부터 이런 경계를 조금씩 흔듭니다.
네 작가, 서로 다른 시선이 만나다
이번 전시에는 Noah, 이정민, 김대홍, Gordon Robert Bazsali Jr.가 참여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네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는 전시라기보다, 서로 다른 작업과 감각이 ‘단절과 연결’이라는 지점에서 만나는 그룹전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같은 문제를 바라보더라도 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 하나씩 독립적으로 감상한 뒤, 네 작업 사이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생기는지 비교해보는 방식이 잘 어울립니다.
레지던시에서 만들어지는 전시
전시장인 Naughty Muse Studios는 아티스트 레지던시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머물면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실제 작업으로 만드는 공간이 일정 기간 관객에게 열리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9월의 약 2주 동안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생각과 작품이 관람객과 만납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갤러리와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에게는 생활과 작업의 장소이고, 관람객에게는 결과물을 만나는 전시장이 됩니다. 창작과 전시 사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다시 연결되고 싶을까
《OTHERS》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여전히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지금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그 질문 자체를 내려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기서 연결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단순한 의미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인간과 환경, 현실과 기술의 관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보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송정에서 만나는 조금 불편한 질문
《OTHERS》는 화려한 해답보다 관람 이후에도 생각이 이어지는 질문을 남기는 전시입니다.
인공적인 환경을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고 자연을 이상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현재의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들여다봅니다.
연결이 끊겼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무엇과 연결되어야 할까요?
부산 송정에서 네 작가의 작품을 천천히 따라가며 자신에게 가장 익숙해진 ‘인공적인 것’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이번 전시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방법입니다.
《OTHERS》 전시 정보
전시명: 《OTHERS》
참여 작가: Noah, 이정민, 김대홍, Gordon Robert Bazsali Jr.
전시 기간: 2026년 9월 5일~9월 19일
관람 시간: 10:00~19:00
전시 장소: Naughty Muse Studios(너티뮤즈스튜디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송정중앙로5번길 67, 2층
연계 프로그램: 제1회 부산 아트 스페이스 페스티벌 ‘다면적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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