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ggi 옹기》, 몸과 소리가 발효되는 90분의 퍼포먼스

 

《Onggi 옹기》, 몸과 소리가 발효되는 90분의 퍼포먼스

한국의 옹기는 음식을 보관하는 생활용기를 넘어 시간과 변화를 품는 그릇입니다. 흙으로 만들어진 표면에는 미세한 숨구멍이 있어 내용물이 천천히 익고 발효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부토 아티스트 루시아 카옌과 사운드 아티스트 홍성률은 이러한 옹기의 성질을 인간의 몸과 연결한 퍼포먼스 《Onggi 옹기》를 선보입니다.

공연은 2026년 8월 8일 오후 6시 부산 금정구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진행됩니다. 몸+더하기와 MERGE?가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로, 미리 정해진 구조 안에서 움직임과 소리가 현장에서 변화하는 ‘계획된 즉흥 퍼포먼스’입니다. 전체 공연 시간은 약 90분입니다.



옹기를 인간의 몸으로 바라보다

이번 작품에서 옹기는 단순한 전통 공예품이 아닙니다. 감정과 기억, 욕망을 담고 변화시키는 인간 신체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사람의 몸에도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기쁨과 슬픔뿐 아니라 수치심, 결핍, 지나친 욕망처럼 쉽게 꺼내 보이기 어려운 감정도 함께 머뭅니다. 작품은 이러한 감정이 몸 안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숙성되며 다른 에너지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질문합니다.

발효는 부패와 다릅니다. 같은 시간이 흘러도 어떤 것은 썩지만, 적절한 환경을 만난 것은 새로운 맛과 성질을 얻습니다. 《Onggi 옹기》는 인간의 상처와 억압된 감정 또한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부토로 표현하는 보이지 않는 기억

루시아 카옌은 현대 부토를 바탕으로 퍼포먼스와 신경과학, 시각예술을 결합한 ‘시냅틱 부토’를 연구하는 예술가입니다. 부토는 1950년대 말 일본에서 등장한 전위적인 신체예술로, 정형화된 춤 동작보다 몸속에 남은 기억과 감각, 무의식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카옌은 몸을 기억과 상상, 자연이 만나는 살아 있는 풍경으로 바라봅니다. 빠르고 화려한 동작보다는 느린 움직임과 멈춤, 몸의 긴장과 이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드러냅니다.

저도 처음 부토 공연을 접했을 때는 동작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의미를 서둘러 해석하지 않고 호흡과 몸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니, 말보다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감정이 있다는 점이 꽤 놀라웠습니다. 이번 작품도 정답을 찾기보다 움직임이 불러오는 감각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배경음이 아닌 또 하나의 몸, 홍성률의 사운드

홍성률의 소리는 무용을 보조하는 단순한 배경음악에 머물지 않습니다. 움직임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공연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는 독립적인 요소입니다.

침묵과 소음, 규칙과 불규칙, 절제와 해방처럼 서로 반대되는 요소가 공간 안에서 교차합니다. 몸의 작은 움직임이 소리의 변화를 이끌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울림이 무용수의 몸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눈으로만 감상하는 무대라기보다 몸 전체로 경험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소리가 공연장을 채우고 관객의 피부와 몸에 전달되면서 무용수, 공간, 관람객 사이의 경계도 조금씩 흐려집니다. 이 부분은 실제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것 같아 기대됩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감각적 무대

《Onggi 옹기》는 한국의 전통 소재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부토 예술가의 신체 언어, 현대적인 사운드 작업이 만나는 다원예술 공연입니다.

작품은 전통 옹기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숨 쉬고 발효시키며 내용물을 보호하는 성질에 주목합니다. 이를 통해 몸은 감정을 숨기는 껍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그릇으로 다시 해석됩니다.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당일의 움직임과 소리,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매 순간 다른 장면이 만들어진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관객은 완성된 결과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참여자가 됩니다.


공연 정보

공연명: Onggi 옹기
참여 작가: Lucía Callén, 홍성률
일시: 2026년 8월 8일 토요일 오후 6시
공연 시간: 약 90분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
기획: 몸+더하기,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Onggi 옹기》는 하나의 그릇을 통해 몸과 감정, 시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공연입니다. 전통문화와 현대 퍼포먼스가 만나는 현장이 궁금하거나 익숙한 무대와 다른 감각적 예술을 경험하고 싶은 관람객에게 인상적인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관람 전에는 주최 공간의 공식 안내를 통해 입장 방법과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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