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장고》, 드로잉과 일본 현대 판화로 만나는 MMCA 소장품

 

《특별수장고》, 드로잉과 일본 현대 판화로 만나는 MMCA 소장품

완성된 작품보다 작가가 무엇을 고민했는지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 있다. 빠르게 그은 연필선이나 반복해서 고친 흔적, 판을 찍어내며 만들어진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바로 그렇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리는 **《특별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드로잉·일본 현대 판화 소장품》**은 미술관이 소장한 드로잉과 일본 현대 판화를 함께 소개하는 전시다. 2025년 7월 22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청주관 4층 특별수장고에서 약 100점을 선보인다.



전시장과 수장고 사이, 특별수장고란

보통 미술관의 수장고는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작품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 빛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특별수장고는 이러한 수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관람객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개방형 수장고다. 202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주요 드로잉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일반 전시처럼 하나의 주제에 맞춰 작품을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 미술관 소장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드로잉은 완성작의 준비 단계일까

드로잉을 단순한 밑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서 드로잉은 작가의 생각과 움직임이 가장 직접적으로 남는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선 하나가 어떻게 시작되고 멈췄는지, 형태를 어떤 방식으로 수정했는지를 살펴보면 완성된 회화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창작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이번 특별수장고에는 이중섭의 《소년》, 박수근의 《마을 풍경》, 유영국의 《산》, 원석연의 《개미》, 서용선의 《소나무》 등이 소개된다. 서로 다른 시대와 화풍의 작가들이 선과 종이를 어떻게 다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저도 드로잉 전시에서는 완성도보다 손의 속도를 먼저 보는 편이다. 조금 삐뚤어진 선이나 지워진 흔적에서 오히려 작가의 생각이 움직이는 순간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일본 현대 판화가 함께 등장하는 이유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일본 현대 판화 소장품이 함께 공개된다는 점이다.

판화는 같은 이미지를 여러 번 찍어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한때 ‘복제’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판화는 목판과 석판, 스크린프린트, 모노타이프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면서 하나의 독립적인 현대미술 장르로 확장됐다.

특히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이후 팝아트와 개념미술, 대중문화 등의 영향이 더해지며 판화 표현이 활발하게 변화했다. 이러한 흐름은 1980년대 이후 작품에도 이어졌다.


스크린프린트부터 모노타이프까지

전시에서는 작품뿐 아니라 서로 다른 판화 기법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노사토 도시노부의 《A.S.-10》은 스크린프린트, 기무라 고스케의 《현재 위치-존재 A》는 석판과 스크린프린트를 함께 사용했다. 이치하라 아리노리의 《GYM》은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우연성을 살릴 수 있는 모노타이프 작품이다.

또한 고시야 겐이치, 아이-오, 노다 테츠야 등 일본 현대 판화의 다양한 경향도 만날 수 있다.

같은 종이라는 지지체를 사용해도 찍는 방법과 판의 재질에 따라 표면의 질감과 색의 깊이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드로잉과 판화의 공통점은 ‘과정’에 있다

언뜻 보면 드로잉과 판화는 상당히 다른 장르처럼 보인다.

드로잉은 손의 즉흥성이 강하고, 판화는 판을 만들고 찍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두 장르 모두 제작 과정이 작품에 직접 남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로잉에서는 작가의 손과 생각이 선으로 기록되고, 판화에서는 압력과 잉크, 판과 종이의 관계가 결과를 변화시킨다.

여러분은 완성된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어느 쪽이 더 궁금한가. 이번 특별수장고는 작품을 ‘결과물’로만 보지 않고 제작 과정까지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유명 작가보다 작품 한 점에 집중해보자

참여 작가에는 곽덕준, 권진규, 김환기, 박수근, 박현기, 유영국, 이중섭을 비롯해 구사마 야요이, 기무라 고스케, 모토나가 사다마사 등이 포함된다. 약 100점의 소장품을 통해 한국 드로잉과 일본 현대 판화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특별수장고에서는 유명한 이름을 찾아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작품 한 점을 오래 바라보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

어떤 선을 선택했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으며, 왜 이 크기와 구성을 택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미술관 수장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특별수장고》 전시 정보

전시명: 특별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드로잉·일본 현대 판화 소장품
전시 기간: 2025년 7월 22일~2026년 12월 31일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4층 특별수장고
작품 수: 약 100점
참여 작가: 곽덕준, 권진규, 김환기, 박수근, 박현기, 유영국, 이중섭, 구사마 야요이, 기무라 고스케, 모토나가 사다마사 등
관람료: 무료
관람 안내: 평일 오후 2시~6시 매시 선착순 10명 제한 입장
※ 종료 일정은 수장고 운영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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