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초(Masaccio, 1401~1428)
마사초, 평면의 그림에 현실적인 공간을 만든 르네상스의 혁신가
벽에 그린 그림인데 실제 건축 공간이 안쪽으로 깊게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에게 빛이 닿으면 몸의 한쪽은 밝아지고 반대편에는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생긴다.
오늘날에는 익숙한 표현이지만 15세기 초에는 상당히 새로운 변화였다.
마사초(Masaccio, 1401~1428)는 불과 27년의 짧은 생애 동안 초기 르네상스 회화의 방향을 크게 바꾼 이탈리아 화가다. 선원근법과 명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물을 실제 공간에 서 있는 사람처럼 표현하면서 중세 회화에서 르네상스 회화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서투른 톰’이라는 뜻의 마사초
마사초의 본명은 토마소 디 세르 조반니 디 모네 카사이(Tommaso di Ser Giovanni di Mone Cassai)다.
‘마사초’는 토마소의 애칭에 가까운 이름으로, 다소 덤벙거리거나 세상사에 무관심한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그는 1401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산 조반니 발다르노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당시 피렌체에서는 브루넬레스키가 선원근법을 연구하고 도나텔로가 사실적인 인체 조각을 제작하는 등 새로운 미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었다.
중세의 인물이 실제 인간으로 변하다
마사초 이전의 종교화에서는 인물이 상징적인 존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성인과 그리스도는 현실의 사람보다 종교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몸의 무게나 자연스러운 공간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마사초는 달랐다.
인물의 몸에 빛과 그림자를 넣어 실제 부피를 만들고, 발이 땅을 딛고 있는 느낌까지 표현했다. 얼굴에도 감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도 마사초의 그림을 볼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화려한 색보다 인물의 ‘무게’다. 사람이 정말 화면 속 바닥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브랑카치 예배당, 르네상스 회화의 교과서
마사초의 대표적인 작업은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의 브랑카치 예배당 프레스코화다.
그는 마솔리노와 함께 성 베드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러 장면을 제작했다.
대표 작품 **《세속세 납부》**에서는 한 화면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의 사건이 동시에 표현된다. 중앙에서는 그리스도와 제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왼쪽에서는 베드로가 물고기에게서 동전을 꺼내며 오른쪽에서는 세금을 건넨다.
여러 장면이 함께 있지만 인물과 건축물, 산의 방향이 하나의 원근법적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낙원에서의 추방》, 얼굴에 드러난 인간의 고통
브랑카치 예배당에서 특히 유명한 작품이 **《낙원에서의 추방》**이다.
아담과 이브가 천국에서 쫓겨나는 순간을 그렸는데, 두 사람의 감정이 놀라울 정도로 직접적으로 표현돼 있다.
아담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고 이브는 입을 벌린 채 울부짖는다. 몸은 이상화된 아름다운 신체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 휘어진 현실적인 인간의 몸이다.
종교적 사건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죄책감과 슬픔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강하게 전달한다.
여러분은 이 작품에서 성경 이야기가 먼저 보이는가, 아니면 모든 것을 잃은 두 사람의 절망이 먼저 느껴지는가. 마사초의 혁신은 바로 이런 인간적인 감정에서도 발견된다.
《성 삼위일체》, 벽을 뚫어 공간을 만들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있는 **《성 삼위일체》**는 르네상스 원근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프레스코가 그려진 벽 앞에 서면 실제로 벽 뒤에 아치형 예배 공간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생긴다.
하나의 소실점을 중심으로 기둥과 천장의 선이 정확하게 모이면서 평평한 벽이 깊은 공간으로 변한다.
이 그림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원근법을 정확하게 사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학적인 공간 안에 실제 사람 크기의 인물을 배치해 관람자가 그림 속 공간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까지 만들어냈다.
빛도 하나의 방향에서 들어온다
마사초의 또 다른 혁신은 빛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전의 그림에서는 인물마다 개별적으로 밝고 어두운 부분이 표현되기도 했지만, 마사초의 그림에서는 하나의 실제 광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같은 공간에 있는 인물들이 비슷한 방향에서 빛을 받기 때문에 장면 전체가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빛은 더 이상 장식이 아니라 공간과 인체의 부피를 만드는 도구가 된 것이다.
불과 27세에 끝난 짧은 생애
마사초는 1428년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생애 역시 짧았다. 본격적으로 활동한 기간은 몇 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의 영향은 매우 컸다.
브랑카치 예배당은 이후 피렌체의 젊은 화가들이 찾아와 공부하는 장소가 되었고, 프라 안젤리코와 필리포 리피를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후대 르네상스 거장에게까지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마사초가 르네상스 미술에서 중요한 이유
마사초의 그림 이전에도 원근법과 사실적인 표현을 연구하는 움직임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새로운 원리를 실제 회화 안에서 강력하게 결합했다.
원근법으로 공간을 만들고, 빛과 그림자로 인체에 부피를 주며, 종교 속 인물을 현실의 인간처럼 표현했다.
그 결과 그림은 상징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평면에서 관람자가 실제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으로 변화했다.
마사초는 긴 생애를 살지 못했지만 르네상스 회화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누구보다 일찍 보여준 화가였다.
마사초 작가 프로필
본명: Tommaso di Ser Giovanni di Mone Cassai
활동명: Masaccio
출생: 1401년 12월 21일, 이탈리아 산 조반니 발다르노
사망: 1428년, 로마
활동 시기: 15세기 초기 르네상스
분야: 회화, 프레스코
주요 특징: 선원근법, 명암법, 현실적인 인체와 감정 표현
대표 작품: 《성 삼위일체》, 《세속세 납부》, 《낙원에서의 추방》, 《성 베드로의 그림자로 병자를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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