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 on 3D프린팅》, 12명의 작가가 탐구한 출력되는 세계
《Build on 3D프린팅》, 12명의 작가가 탐구한 출력되는 세계
컴퓨터 화면 속에 존재하던 데이터가 프린터를 거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조각으로 나타난다. 복제 기술처럼 보였던 3D프린팅이 현대미술에서는 형태와 감각, 기억과 신체를 탐구하는 새로운 조형 언어가 되고 있다.
옥상팩토리의 기획전 **《Build on 3D프린팅》**은 곽인탄, 김동형, 류민수, 수린, 안민환, 옥세영, 이지숙, 이천국, 주슬아, 염호선, 최준원, 황문정 등 12명의 작가가 3D프린팅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다루는 프로젝트다. 옥상팩토리가 2021년부터 이어온 재료·매체 연구 프로그램의 2026년 주제로 ‘3D 프린팅’을 선택하면서 마련됐다.
3D프린팅은 단순한 제작 기술이 아니다
3D프린팅은 디지털 모델링 데이터를 층층이 쌓아 실제 물체로 출력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교하게 출력했느냐가 아니다. 작가들은 디지털 데이터가 물질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와 변형, 예상하지 못한 표면과 촉각에 주목한다.
전시는 《Give me the 3D cream》이라는 기획전과 세미나 《출력되는 세계》로 구성되며, 3D프린팅의 매체적 특성과 다양한 활용 방식을 함께 살펴본다.
곽인탄·김동형, 데이터와 촉각 사이
곽인탄은 3D 데이터와 프린터를 이용해 형태와 촉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실험한다.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보다 데이터가 실제 물질로 바뀌면서 생기는 조형적 변화를 중요하게 바라본다.
김동형은 3D 데이터가 인간의 제한된 감각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눈으로 인식했던 세계가 데이터로 변환되고 다시 물체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질문한다.
스캔된 현실은 원본과 같을까
류민수는 야외 조형물을 포토그래메트리 방식으로 스캔한 뒤 3D프린터로 다시 출력한다. 포토그래메트리는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입체 데이터를 만드는 기술이다.
사진에서 데이터로, 데이터에서 다시 조각으로 바뀌는 동안 원래의 조형물은 조금씩 달라진다.
저도 3D스캔 작업을 볼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완벽한 복제보다 그 과정에서 생긴 작은 실패다. 매끈하게 이어져야 할 표면이 깨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흔적이 남을 때 오히려 디지털 기술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의 토템에서 신체의 움직임까지
수린은 3D 모델링과 프린팅을 이용해 현대의 토템을 제작한다. 전통적인 토템이 집단의 신앙과 정체성을 담았다면, 수린의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이미지와 물질이 새로운 상징으로 전환된다.
안민환은 신체의 경험과 움직임을 기록하고 이를 3D프린팅을 통해 조형물로 변화시킨다. 염호선 역시 몸의 움직임과 시간을 회화와 3D프린팅으로 축적하며 신체와 디지털 기술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오류도 작품이 될 수 있다
옥세영은 영상 속 시간과 움직임을 3D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와 우연에 관심을 둔다. 디지털 기술은 정확하다는 생각과 달리 변환 과정에서는 빈틈과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오류를 없애야 할 실패로 보지 않고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는 조건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러분이라면 완벽하게 출력된 작품과 오류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형태가 만들어진 작품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끌릴까.
기억과 도시도 출력할 수 있을까
이지숙은 개인의 기억과 관련된 이미지가 물질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탐구하고, 이천국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3D 기술로 재구성한다.
주슬아는 하나의 대상을 다른 매체로 이동시키는 변환 장치로서 3D프린팅을 바라본다. 최준원은 디지털 공간에서 형태를 변형한 뒤 실제 물질로 출력하고, 황문정은 도시 이면의 생태계를 탐구하면서 아이디어를 물질화하는 기술로 3D프린팅을 활용한다.
같은 장비를 사용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바로 이 차이가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출력 기술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로
《Build on 3D프린팅》은 3D프린터로 제작한 작품을 모아놓은 기술 전시가 아니다.
스캔과 데이터, 출력과 오류, 신체와 기억까지 12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3D프린팅을 해석한다. 디지털 공간과 현실의 물질 사이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롭게 만들어지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크다.
3D프린팅은 이제 아이디어를 그대로 복제하는 기계가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바꾸는 하나의 창작 매체가 되고 있다.
조각과 디지털 기술의 경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천천히 살펴볼 만한 전시다.
《Build on 3D프린팅》 전시 정보
전시명: Build on 3D프린팅
기획전시: Give me the 3D cream
참여 작가: 곽인탄, 김동형, 류민수, 수린, 안민환, 옥세영, 이지숙, 이천국, 주슬아, 염호선, 최준원, 황문정
전시 기간: 2026년 8월 22일부터 11월 초까지
관람 시간: 수요일 13:00~21:00 / 목~토요일 13:00~19:00
휴관: 일·월·화요일
전시 장소: 옥상팩토리
주소: 서울 송파구 법원로4길 5 송파법조타운푸르지오시티 지하 1층 B113호
연계 세미나: 《출력되는 세계》, 2026년 11월 7일 예정
※ 공개 안내 페이지에는 전시 종료일이 11월 17일과 11월 7일로 서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어 방문 전 최종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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