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택 개인전 《숨(Breath)》, 일상과 자연 사이를 흐르는 생명의 호흡

 

유근택 개인전 《숨(Breath)》, 일상과 자연 사이를 흐르는 생명의 호흡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번 숨을 쉽니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하지만, 숨은 생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가장 근본적인 증거입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짧은 호흡 속에는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유근택 작가의 개인전 《숨(Breath)》은 이러한 '호흡'을 중심으로 삶과 자연을 바라보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한지와 수묵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가 최근 작업을 통해 생명의 순환과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풀어낸 자리입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개최되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숨은 가장 가까운 자연이다

전시 제목인 '숨(Breath)'은 단순한 호흡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자연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흐르며 나무가 자라는 과정도 모두 하나의 거대한 호흡처럼 이어집니다. 유근택은 이러한 생명의 리듬을 거창한 장면보다 일상 속 풍경에서 발견합니다.

평범한 집과 나무, 창밖의 빛, 물과 식물 같은 익숙한 소재는 그의 화면 안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일부가 됩니다.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사람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역시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지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깊이

유근택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한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표현 방식입니다. 한지는 물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도 번짐과 스며듦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재료입니다.

작가는 한 장의 종이에 그리는 대신 여러 겹의 한지를 겹치고 물감과 먹을 반복해서 올리는 과정을 통해 화면을 완성합니다. 물이 스며들고 마르는 시간이 그대로 작품 속에 남으며, 하나의 그림 안에는 수많은 시간의 층이 쌓입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먹과 채색이 서로 번지고 겹쳐진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깊은 공간감과 부드러운 빛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표현은 한순간의 장면보다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

유근택은 특별한 사건보다 누구나 경험하는 평범한 일상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집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식물이 자라는 모습,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방향처럼 흔히 지나치는 장면들이 그의 화면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얻습니다. 작은 변화 속에서도 생명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유근택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조용한 풍경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화면 안의 물기와 번짐, 공간의 깊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작품 앞에 자연스럽게 머물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색보다 잔잔한 호흡이 오래 남는 작품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유근택

유근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한국화의 전통적인 재료를 현대적으로 확장해 온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수묵과 채색, 한지라는 익숙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현대인의 삶과 도시, 자연의 관계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국내 주요 미술관과 해외 전시에 꾸준히 참여하며 한국 현대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고,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공공미술관과 기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최근 작업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생명의 모습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숨(Breath)》 역시 그 연장선에서 호흡이라는 보편적인 경험을 예술로 확장한 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 유근택 개인전 《숨(Breath)》
작가: 유근택
장소: 학고재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전시 기간: 2026년 8월 20일 ~ 9월 20일
관람 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숨(Breath)》는 거대한 사건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가장 평범한 호흡 속에서 자연과 생명, 그리고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전시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호흡에 귀 기울여 보고 싶다면, 유근택 작가의 작품 앞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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