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민 개인전 《꼴》, 철로 빚어낸 운명과 가족의 형상

 

윤정민 개인전 《꼴》, 철로 빚어낸 운명과 가족의 형상

사람의 ‘꼴’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기질일 수도 있고, 가족과 관계 속에서 살아온 시간이 하나씩 쌓여 만들어진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2026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 윤정민의 개인전 《꼴》은 이러한 질문을 철조각이라는 묵직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전시는 2026년 8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윤정민은 가족과 정체성, 사주팔자와 음양오행, 한국의 민속적 감각을 연결하며 운명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꼴’은 겉모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시 제목인 《꼴》은 외형이나 생김새를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윤정민이 말하는 꼴은 사람이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존재의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구성해 온 가족과 관계에 주목하고, 여기에서 사주팔자와 음양오행이라는 전통적인 세계관으로 관심을 확장합니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바탕으로 인간의 기질과 삶의 흐름을 해석하는 전통적인 체계입니다.

중요한 점은 작가가 이를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어진 조건과 관계를 자신의 조각 언어로 다시 해석하며 ‘나는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가’를 묻는 장치로 활용합니다.


철을 자르고 두드리는 단조의 조각

윤정민의 작품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철입니다.

그는 녹인 금속을 틀에 붓는 주조보다 철을 직접 자르고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단조 방식을 중요하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작품 표면에는 작가의 힘과 움직임, 제작 과정에서 남겨진 손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저도 철조각을 볼 때는 완성된 형태에 먼저 눈이 가는 편인데요. 윤정민의 작품은 가까이에서 표면과 연결 부분을 살펴볼수록 제작 과정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내용이라는 점이 꽤 인상적입니다.

철로 만든 선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마치 허공에 그림을 그린 듯한 구조를 만듭니다. 평면의 드로잉이 입체적인 공간으로 나온 것 같은 ‘공간적 소묘’의 성격도 그의 조각을 이해하는 중요한 관람 포인트입니다.


대표작 《나무와 뿌리》

이번 전시에서 중심이 되는 작품은 2026년작 《나무와 뿌리》입니다.

작품에는 윤정민 조각의 중심 재료인 철과 동양적 지역성을 연상시키는 한지, 서로 다른 재료를 연결하는 인청동이 함께 사용됩니다. 나무와 뿌리라는 형태는 한 개인이 홀로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과 세대, 자신보다 앞선 시간과 연결되어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는 이를 일종의 신목과 같은 구조로 확장하며 자신의 기원과 가족의 관계를 시각화합니다. 단단한 철과 부드러운 한지가 한 작품 안에서 만나는 대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불과 물, 장승과 솟대로 이어지는 세계

음양오행 가운데 불과 물의 기운은 《불》과 《물》 연작으로 나타납니다.

《불》 연작에는 마을 어귀에서 액운을 막고 풍요를 기원하던 장승과 솟대의 형식이 반영되고, 《물》 연작에서는 아이의 몸과 움직임이 중요한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여기에 《상(相)》 연작에서는 잡귀와 정령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존재들이 공간을 채웁니다.

익숙한 민속 이미지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기억과 가족, 한국에서 살아오며 접한 문화적 감각이 현대적인 철조각으로 변환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보다 보면 오래된 전통과 매우 현대적인 조각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윤정민 작가 이력

윤정민은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조소전공을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우리》, 《부리로 마시는 물》, 《아무, 사람》 등 개인전을 열었으며, 소마미술관·사비나미술관·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에서 열린 다양한 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2022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뉴드로잉 프로젝트 대상을 받았고, 2025년 2026 OCI YOUNG CREATIVES 작가로 선정됐습니다. 작품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아라리오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6 OCI YOUNG CREATIVES 윤정민 개인전 《꼴》
작가: 윤정민
기간: 2026년 8월 20일~10월 8일
장소: OCI미술관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OCI YOUNG CREATIVES는 국내 신진작가를 선정해 창작지원금과 개인전 개최, 전시 기획과 비평 등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OCI미술관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꼴》은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어진 가족과 문화, 삶의 조건을 자신의 손으로 자르고 두드리며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가는 전시입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 철이 만드는 선과 표면뿐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족, 기원, 운명이라는 연결고리를 함께 살펴보면 윤정민의 조각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윤정민 #윤정민작가 #꼴 #OCIYOUNGCREATIVES #OCI미술관 #철조각 #현대조각 #한국현대미술 #조각전시 #사주팔자 #음양오행 #종로전시 #서울전시 #신진작가 #아트공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