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겸 《일상의 바다》, 물의 흐름으로 마음의 위로를 그리다
김다겸 《일상의 바다》, 물의 흐름으로 마음의 위로를 그리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파도가 반복되고 물결이 부서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생각이 잠시 멀어지는 순간도 생기죠.
청주 갤러리 원 A관에서 열리는 **김다겸 개인전 《일상의 바다》**는 바로 그런 바다의 감각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바다를 단순한 풍경으로 그리지 않고, 그곳에서 느꼈던 위로와 해방감을 화면 안에 옮깁니다. 전시는 2026년 8월 19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집니다.
깊은 바다보다 ‘표면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김다겸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바다의 깊숙한 내부보다 표면의 움직임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물결과 기포, 서로 겹치고 밀려나는 물의 흐름이 화면을 구성합니다.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 바다는 감정의 변화와도 닮아 있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오고, 한 생각이 다른 생각과 섞이듯 물 역시 계속 움직입니다.
저도 바다를 보고 있을 때 파도 하나의 모양보다 끊임없이 변하는 표면 전체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물 때가 있습니다. 김다겸의 작품도 바로 그런 ‘움직이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회화에 가깝습니다.
플루이드 기법으로 만드는 우연의 흐름
작가는 플루이드(Fluid) 기법을 작업의 기반으로 사용합니다.
플루이드 기법은 유동성이 있는 안료를 흘리고 섞으면서 예상하기 어려운 무늬와 층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붓으로 모든 형태를 정확하게 통제하는 회화와는 조금 다릅니다. 물감이 움직이고 서로 만나면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흐름을 만들지만 결과 전체를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습니다.
바다 역시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료와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푸어링 미디엄 대신 지점토를 사용하는 이유
김다겸의 작업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재료입니다.
일반적인 플루이드 작업에서 사용하는 푸어링 미디엄 대신 지점토를 물에 녹여 사용합니다.
지점토 특유의 높은 점성과 밀도 때문에 물감이 빠르게 흘러내리지 않고 천천히 겹치고 섞입니다. 그 과정에서 바다의 층과 물결처럼 깊이 있는 표면이 만들어집니다.
완성된 화면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한국화 안료와 현대적인 기법의 만남
플루이드 기법은 비교적 현대적인 표현 방식이지만 김다겸은 여기에 한국화 안료를 결합합니다.
이 선택은 단순히 재료를 섞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한국화 재료가 가진 색과 질감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유동 회화의 방법을 적용해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실험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서양식 추상회화 혹은 전통 한국화 한쪽으로만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재료는 한국화의 맥락을 이어가면서 표현 방법은 훨씬 자유롭게 확장됩니다.
기포와 물결이 감정처럼 보이는 순간
작품에 등장하는 기포와 물결은 구체적인 사물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그 안에서 움직임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읽게 됩니다.
어떤 부분은 잔잔하고, 다른 부분은 물감이 강하게 밀려나며 긴장을 만듭니다. 색이 겹쳐지는 곳에서는 깊이가 생기고, 여백이 넓은 부분에서는 잠시 숨을 돌리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여러분은 바다를 볼 때 편안함을 먼저 느끼시나요, 아니면 끝없이 움직이는 힘을 먼저 느끼시나요? 김다겸의 회화에서는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일상의 바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
전시 제목이 《일상의 바다》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특별한 여행지에서 만나는 거대한 바다보다 일상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움직이게 하는 내면의 바다에 더 가까운 이름처럼 느껴집니다.
바다는 현실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작가에게는 감정을 내려놓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작품 역시 특정 해안이나 장소를 정확하게 재현하지 않습니다.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 속 바다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여지를 남깁니다.
흐름을 받아들이는 회화
김다겸의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결국 ‘흐름’과 ‘위로’입니다.
물감이 흐르고, 물이 움직이며, 감정도 계속 변화합니다.
그 흐름을 멈추거나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화면에 남깁니다.
《일상의 바다》는 바다를 그린 전시이면서 변화하는 감정을 물의 움직임으로 기록한 전시입니다.
작품 앞에서는 정확한 풍경을 찾기보다 물감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흘러가는지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어느 순간 바다의 표면과 자신의 감정이 겹쳐 보일 수도 있습니다.
김다겸 《일상의 바다》 전시 정보
전시명: 《일상의 바다》
작가: 김다겸
전시 기간: 2026년 8월 19일~8월 30일
관람 시간: 11:00~20:00
휴관일: 없음
전시 장소: 청주 갤러리 원 A관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81번길 63, 1층
관람료: 무료
문의: 043-221-5985
주요 키워드: 바다, 흐름, 위로, 플루이드 기법, 지점토, 한국화 안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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