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기 도예 개인전 《선(線)》항아리의 곡선에서 만나는 깊은 아름다움
최철기 도예 개인전 《선(線)》, 항아리의 곡선에서 만나는 깊은 아름다움
하나의 항아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보게 될까?
표면의 색이나 크기에 눈길이 갈 수도 있지만, 작품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입구에서 어깨를 지나 몸체와 바닥까지 이어지는 선이다. 청주 갤러리 원 A관에서 열리는 최철기 도예 개인전 《선(線),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깊은 아름다움을 찾다》는 도자기의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인 선에 집중하는 전시다.
전시는 2026년 8월 12일부터 8월 17일까지 진행된다.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항아리를 통해 선이 만들어내는 리듬과 긴장, 균형과 여백을 보여준다. 복잡한 해석보다 작품을 먼저 바라보고 자신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길 권하는 전시다.
점과 선, 면에서 시작되는 도예
모든 공예와 디자인은 점과 선, 면에서 출발한다. 도자기 역시 흙덩이를 쌓고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하나의 형태가 만들어지며, 그 외곽을 따라 이어지는 선이 작품의 전체 인상을 결정한다.
최철기 작가는 오랫동안 흙을 다루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선에 깊은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이번 전시는 ‘선’을 주제로 이어온 네 번째 작업으로, 화려한 장식이나 복잡한 상징 대신 항아리 자체의 형태와 흐름에 집중한다.
단순하게 보이는 곡선 하나에도 작가가 흙을 밀어 올린 힘과 속도, 손의 감각이 남아 있다. 같은 항아리 형태라도 어깨가 넓은지, 몸체가 곧게 내려오는지, 바닥으로 갈수록 얼마나 부드럽게 좁아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항아리의 곡선이 전하는 안정감
항아리의 선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좁은 입구에서 시작해 부풀어 오른 어깨를 지나 몸체로 흘러내리고, 다시 바닥을 향해 모인다.
그 선이 지나치게 팽팽하면 작품에 긴장감이 생기고, 완만하게 내려오면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러우면 오히려 손으로 빚은 도자기만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달항아리를 볼 때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비슷하다. 형태 안에 담긴 넉넉한 곡선과 비어 있는 공간, 미세한 비대칭이 서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저도 도예 작품을 볼 때 처음에는 표면의 문양이나 유약 색을 먼저 살펴보곤 했다. 그런데 장식이 적은 항아리 앞에서는 오히려 외곽을 따라 흐르는 선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단순한 형태일수록 작은 곡선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다.
장식을 덜어내고 본질을 남기다
오늘날의 예술은 다양한 재료와 기술, 복잡한 개념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반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더하는 방식보다 덜어내는 태도에 가깝다.
표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상징을 겹쳐 넣기보다 흙으로 만든 형태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한다. 관람객은 무엇을 뜻하는지 정답을 찾기보다 항아리의 높이와 폭, 곡선의 흐름, 작품 사이의 여백을 천천히 바라보게 된다.
장식이 줄어들수록 시선은 자연스럽게 형태로 향한다. 항아리의 어깨가 어느 지점에서 가장 크게 부풀어 있는지, 선이 어디에서 긴장하고 어디에서 힘을 풀어주는지 살펴보면 작품마다 다른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분은 도자기를 볼 때 색과 문양을 먼저 보시나요, 아니면 전체적인 형태를 먼저 느끼시나요?
작품 사이의 여백도 전시의 일부
도예 전시는 개별 작품뿐 아니라 작품이 놓인 방식도 중요하다. 서로 다른 높이와 크기의 항아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면, 작품과 작품 사이의 빈 공간에도 흐름이 생긴다.
큰 항아리 옆에 작은 형태가 놓이면 크기의 대비가 드러나고, 넓게 벌어진 형태와 길게 뻗은 형태가 나란히 놓이면 선의 차이를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을 한 방향으로 빠르게 지나가기보다 여러 거리와 각도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항아리의 새로운 표정이 보인다.
정면에서는 안정적으로 보였던 작품이 옆에서는 날렵하게 느껴질 수 있고, 가까이에서는 흙과 유약의 질감이, 멀리에서는 전체적인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작품도 관람 위치에 따라 선의 흐름이 달라 보인다는 점이 도예 감상의 재미다.
이해보다 먼저 바라보는 시간
《선(線)》은 예술이 반드시 어렵고 복잡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먼저 바라보고, 느끼고, 각자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가장 기본적인 선 하나가 형태를 만들고, 형태는 공간과 감정을 만든다. 설명이 많지 않아도 항아리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편안함이나 긴장감,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빠르고 복잡한 이미지에 익숙해진 요즘, 단순한 항아리의 윤곽을 천천히 따라가 보는 경험은 의외로 깊은 휴식이 된다. 청주에서 도예의 본질과 절제된 조형미를 만나는 전시를 찾고 있다면 최철기 개인전 《선(線)》을 주목해볼 만하다.
최철기 도예 개인전 전시 정보
전시명: 선(線), 가장 단순한 것에서 가장 깊은 아름다움을 찾다
작가: 최철기
전시 기간: 2026년 8월 12일~8월 17일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휴관일: 없음
관람료: 무료
전시 장소: 청주 갤러리 원 A관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81번길 63, 1층
문의: 043-221-5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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