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근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

 

장승근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 자기만의 동굴에서 그리는 세계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같은 장소와 사람을 마주해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요. 장승근 작가는 이러한 개인의 내면을 하나의 ‘동굴’에 비유하며 그 안에서 반복해서 마주하는 사람과 사물, 작업실의 풍경을 회화로 풀어냅니다.

2026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 장승근의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은 2026년 8월 20일부터 10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자신만의 동굴 안에 머무는 회화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동굴’입니다.

장승근에게 동굴은 반드시 탈출해야 하는 폐쇄적인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외부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보고 경험한 이미지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작가의 그림 속에는 작업실과 캔버스, 붓과 팔레트, 담배를 든 손처럼 아주 개인적인 풍경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한 사람의 생활 공간에서 출발한 장면이지만, 여러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실제 공간과는 다른 새로운 회화의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작업실에서 시작된 이미지

2024년 춘천에서 서울로 생활 기반을 옮긴 장승근은 집과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작업을 계속하면서 완성된 캔버스가 하나둘 쌓였고, 어느 순간 작품이 생활공간까지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밖으로 나가지 못한 작품이 쌓이는 상황을 답답하게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공간 자체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중요한 조건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서울》, 《나쁜 초여름》, 그리고 전시 제목과 같은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에는 작업실 내부와 바깥 풍경이 함께 나타납니다.

이젤과 붓, 종이 사이로 파란 하늘과 구름, 새 떼와 이웃집 옥상, 빨랫줄이 겹쳐집니다. 실제로는 서로 다른 장소에 존재하는 이미지가 한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연결됩니다.


느리고 둔중해진 붓질

이번 전시에서는 장승근의 달라진 회화 방식도 살펴볼 만합니다.

이전에는 비교적 빠른 붓질과 얇은 선, 가벼운 색의 층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번 덧칠하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붓질은 더욱 느리고 무거워졌고, 물감이 겹쳐진 표면에는 마치 지층처럼 시간이 쌓입니다.

저도 회화를 볼 때 완성된 이미지부터 확인하는 편인데요. 장승근의 최근 작품은 가까이에서 표면을 살펴보면 여러 번 수정하고 다시 그린 흔적이 보여 꽤 인상적입니다. 매끄럽게 정돈되지 않은 화면 자체가 작가의 시간과 고민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연인과 자신이 등장하는 확장된 자화상

이번 작품에는 작가 자신과 연인도 자주 등장합니다.

《맞담배》와 《벼랑》 등에 등장하는 여성은 작가의 연인을 모티프로 하지만 전통적인 인물화처럼 개인의 성격이나 표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무표정한 얼굴과 정적인 자세는 인물을 하나의 이미지처럼 보이게 합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붓을 든 손이나 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지 않았음에도 결국 작품 속 모든 이미지가 작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확장된 자화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업실과 연인, 붓과 캔버스까지 결국 작가의 경험을 거쳐 다시 만들어진 세계인 것입니다.


2026 OCI YOUNG CREATIVES

장승근은 2026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입니다. OCI미술관은 만 35세 이하 젊은 한국 작가를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진행하고, 선정 작가에게 창작지원금과 개인전 개최, 전시 기획 및 비평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장승근이 최근 집중해 온 회화의 변화와 자신의 삶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방식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 2026 OCI YOUNG CREATIVES 장승근 개인전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
작가: 장승근
전시 기간: 2026년 8월 20일~10월 8일
휴관일: 일요일·월요일
장소: OCI미술관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속 인물이 누구인지 찾는 것보다 작업실과 인물, 사물이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고 다시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사람의 작고 폐쇄적인 공간이 회화를 통해 얼마나 넓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 발견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건조하고도 명백한 사랑》을 감상하는 흥미로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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