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선 《서로에게 닿는 방식》, 몸과 재료가 만나 만들어내는 감각

 

이주선 《서로에게 닿는 방식》, 몸과 재료가 만나 만들어내는 감각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은 단순히 손끝이 접촉하는 일만을 의미할까요. 피부에 느껴지는 압력과 무게, 마찰에서 생겨나는 소리까지 생각하면 접촉은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경험입니다.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진행되는 이주선 작가의 워크숍 및 퍼포먼스 **《서로에게 닿는 방식》**은 몸과 재료가 직접 만나는 순간에 주목합니다. 2026년 8월 30일 오후 5시에 열리며, 비즈와 쇠사슬 같은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를 몸에 비비고 끌어당기고 감싸면서 발생하는 감각과 관계를 탐색합니다.




몸과 재료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퍼포먼스

이주선의 작업에서 몸은 단순히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몸은 재료와 직접 만나면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주체입니다. 동시에 재료 역시 수동적인 소품에 머물지 않습니다.

쇠사슬의 무게가 몸을 아래로 당기고, 비즈가 피부와 마찰하면서 움직임의 방향을 바꿉니다. 몸과 재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퍼포먼스를 볼 때는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는가’보다 재료가 실제로 몸에 어떤 반응을 만들고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비즈와 쇠사슬, 전혀 다른 두 감각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비즈와 쇠사슬이 중요한 재료로 등장합니다.

비즈는 작고 가벼우며 여러 개가 모이면 미세한 진동과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반면 쇠사슬은 무겁고 차갑고 강한 긴장을 발생시킵니다.

서로 다른 두 재료가 몸과 접촉하면 움직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끌어당길 때와 감쌀 때, 바닥에 닿을 때와 몸 위를 지나갈 때 각각 다른 촉각과 소리가 발생합니다. 퍼포먼스는 바로 이 차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미리 정해진 안무가 없는 이유

《서로에게 닿는 방식》에서는 완전히 고정된 안무를 따라가는 방식보다 즉흥적인 반응이 중요합니다.

작가는 순간순간 몸이 느끼는 압력과 재료의 성질에 따라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쇠사슬이 예상보다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고, 비즈가 움직이면서 전혀 다른 방향의 소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동작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발생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퍼포먼스를 볼 때 완성된 동작과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 중 어느 쪽에서 더 큰 긴장감을 느끼시나요? 이번 작업에서는 후자가 핵심에 가깝습니다.


마찰과 진동도 작품이 된다

우리는 미술을 주로 눈으로 감상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주선의 퍼포먼스에서는 시각만큼 촉각과 청각이 중요합니다.

쇠사슬이 바닥을 긁는 소리, 비즈가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작은 진동, 재료가 몸을 누르는 압력까지 모두 작품을 구성합니다.

관객이 직접 그 감각을 똑같이 느끼지 않더라도 몸의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어느 정도 상상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퍼포먼스는 보는 작품에서 ‘몸으로 추측하는 작품’으로 확장됩니다.


접촉은 항상 서로를 변화시킨다

이번 작업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한쪽만 다른 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재료를 움직이지만 동시에 재료의 무게와 성질이 사람의 몸을 바꿉니다.

몸이 쇠사슬을 끌면 쇠사슬도 몸의 속도를 늦추고, 비즈를 감싸면 비즈의 표면이 피부에 새로운 감각을 남깁니다.

접촉은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라 서로가 동시에 변화하는 관계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관계

퍼포먼스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몸과 재료가 접촉하는 동안에는 하나의 형태와 긴장이 만들어지지만 동작이 바뀌는 순간 바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다음 접촉에서는 새로운 관계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작품은 완성된 형태보다 생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에 더 가까워집니다.

조각처럼 한 번 만들어진 형태를 계속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닿는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다

전시 제목 **《서로에게 닿는 방식》**은 몸과 재료의 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도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한쪽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반응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접촉과 관계가 항상 편안한 것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압력과 마찰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이주선의 퍼포먼스는 이런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기보다 몸과 물질의 움직임을 통해 직접 보여줍니다.


퍼포먼스 이후 이어지는 아티스트 토크

이번 프로그램에는 퍼포먼스와 함께 아티스트 토크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즉흥적인 움직임을 먼저 경험한 뒤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몸과 재료의 관계를 바라보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퍼포먼스는 같은 장면을 정확히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람 직후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도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닿는 방식》은 몸이 재료를 움직이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몸과 재료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순간을 관찰하는 작업입니다.

평소 회화나 조각 중심의 전시에 익숙했다면, 정해진 결과 대신 그 순간에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감각을 경험해보는 것도 색다른 관람이 될 것 같습니다.


이주선 《서로에게 닿는 방식》 프로그램 정보

프로그램명: 이주선 워크숍 및 퍼포먼스 《서로에게 닿는 방식》
작가: 이주선
진행일: 2026년 8월 30일 일요일
시작 시간: 오후 5시
진행 시간: 약 120분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주소: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
구성: 워크숍,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주요 키워드: 몸, 비즈, 쇠사슬, 접촉, 마찰, 진동, 소리, 즉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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