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처음과 처음》, 익숙한 풍경에서 다시 발견하는 첫 순간
김경한 《처음과 처음》, 익숙한 풍경에서 다시 발견하는 첫 순간
우리가 ‘처음’이라고 부르는 순간은 정말 아무것도 없던 출발점일까요. 오래 알고 지낸 장소에서도 어느 날 빛의 방향이 달라지고, 익숙했던 장면이 전혀 새로운 풍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종 연동문화발전소에서 열리는 김경한 개인전 **《처음과 처음》**은 이런 순간에서 출발합니다. 제2기 입주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한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한 사건을 회화에 담으며,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또 다른 ‘처음’을 발견합니다. 전시는 2026년 8월 28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립니다.
‘처음’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시 제목에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등장합니다.
김경한에게 처음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백지 상태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고 여러 풍경과 경험이 겹쳐진 자리에서 잊고 있던 장면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처음과 처음》은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것 속에서 낯선 순간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순간을 선명하게 그리면 시간이 남는다
작가는 “순간을 더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이번 작업을 이어갑니다.
그림은 사진처럼 시간을 정확히 멈추지는 못합니다. 대신 작가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장면을 중요하게 바라봤는지가 화면 안에 남습니다.
저도 익숙한 동네를 걷다가 평소에는 지나쳤던 오래된 담이나 나무가 유난히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는데요. 장소는 똑같지만 바라보는 순간이 달라지면 전혀 새로운 풍경이 됩니다.
평범한 풍경 속 ‘조용한 충돌’
김경한의 시선은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의 평범한 모습에 머뭅니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익숙한 풍경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과 사건이 부딪힙니다. 새로 만들어진 것과 오래된 것, 사람의 흔적과 자연의 변화가 한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런 미묘한 어긋남을 ‘조용하지만 짙은 충돌’로 바라봅니다.
강한 사건을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화면에는 시간이 만들어낸 긴장이 남습니다.
2026년 3월 3일, 연동면 내송길 20
이번 작업에는 아주 구체적인 출발점도 있습니다.
2026년 3월 3일, 세종시 연동면 내송길 20. 유난히 밝았던 햇빛이 동네를 비추던 날, 김경한은 현재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날짜와 장소를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풍경이 특별해서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작가의 시선과 만났기 때문에 중요한 장소로 바뀌는 것입니다.
같은 장소도 매번 다른 ‘처음’이 된다
장소는 그대로 있는 것 같지만 계속 변합니다.
햇빛과 날씨가 달라지고 식물이 자라며 건물이 바뀝니다. 그 장소를 바라보는 사람의 기억도 함께 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길을 여러 번 걷더라도 완전히 같은 풍경을 다시 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수없이 지나갔지만 어느 날 갑자기 새롭게 보였던 장소가 있으신가요? 《처음과 처음》은 바로 그런 순간을 회화의 언어로 붙잡습니다.
반복해서 바라보는 일이 만든 회화
김경한의 작업에서는 반복도 중요합니다.
같은 행동과 장소를 반복해서 바라보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차이가 나타납니다. 반복은 익숙함을 만드는 동시에 익숙한 것에서 낯선 흔적을 발견하게 합니다.
서로 다른 시간에 발견한 ‘처음’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만나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감각이 겹쳐지는 셈입니다.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그리다
김경한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미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했고, 이후 국내 여러 창작스튜디오와 개인전·기획전을 통해 회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2024년에는 경기문화재단 ‘아트경기’ 선정작가로도 활동했습니다.
그의 작업을 단순한 풍경화로만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장소를 통과한 시간과 기억의 층이기 때문입니다.
《처음과 처음》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전시가 아니라,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또 하나의 시작을 발견하는 전시입니다.
작품을 보면서 ‘어디를 그렸을까’보다 ‘이 풍경에는 어떤 시간이 겹쳐 있을까’를 생각해보세요. 익숙한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경한 《처음과 처음》 전시 정보
전시명: 《처음과 처음》
작가: 김경한
전시 기간: 2026년 8월 28일~9월 12일
관람 시간: 월~토요일 10:00~17:00
휴관일: 일요일 및 공휴일
전시 장소: 연동문화발전소
주소: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내송길 20
관람료: 무료
문의: 044-868-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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