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개인전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


최은영 개인전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 죽음을 통해 다시 묻는 오늘의 삶

“나는 무엇을 하다 죽고 싶은가.”

조금 무겁고 낯선 질문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묻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리는 최은영 개인전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는 가까운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한 작가가 삶의 방향을 다시 질문하면서 시작된 전시다. 2026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전시로 마련됐으며,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2026년 8월 12일부터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죽음에 대한 질문이 삶의 질문으로 바뀌다

처음 작가에게 죽음은 삶이 끝나는 지점에 가까웠다.

그러나 제주에서 생활하며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었던 꽃이 지고, 떨어진 씨앗은 땅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자연 안에서 죽음은 완전한 소멸이라기보다 또 다른 시작을 품은 순환의 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앞세우지만 작품이 향하는 곳은 삶이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오늘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지와 먹, 분채에 쌓인 사유의 시간

이번 신작에는 한지와 먹, 분채가 사용된다.

먹은 한지에 스며들며 선명한 경계를 만들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번짐을 남기기도 한다. 분채는 곱게 만든 안료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채색 재료로, 먹의 깊은 농담과 함께 사용될 때 화면에 섬세한 색의 층을 더한다.

이러한 재료는 작가가 바라보는 자연의 시간과 잘 어울린다. 형태를 단번에 완성하기보다 번지고 마르고 다시 색이 더해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화면에도 시간이 축적된다.

저도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볼 때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먼저 보곤 하는데, 이번 전시는 꽃과 식물이 ‘살아 있다’는 사실보다 결국 변하고 사라진다는 점까지 함께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제주 자연이 알려준 생성과 소멸

제주의 자연은 이번 전시에서 단순한 배경으로 머물지 않는다.

강한 바람과 거친 땅에서도 식물이 자라고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끝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에서 인간의 삶과 닮은 순환을 발견한다. 무언가를 잃고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새로운 방향이 시작될 수 있고, 사라진 존재 역시 기억과 관계 속에서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

작품을 감상할 때 자연의 형태만 찾기보다 화면 안에서 무엇이 피어나고, 무엇이 흩어지고, 다시 어떤 흔적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보면 전시의 질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무엇을 하다 죽을까”라는 문장의 의미

전시 제목은 강렬하다.

하지만 이것은 죽는 방식을 선택하자는 질문이 아니다. 남아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 문장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먼 미래를 준비하느라 오늘을 뒤로 미룬다. 하고 싶은 일은 시간이 생기면 시작하겠다고 생각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전할 말도 다음 기회로 미룬다.

여러분에게 “나는 무엇을 하다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이 떠오르는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일 수도 있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을 통해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작품 앞에서 오늘을 바라보는 방법

이번 전시는 빠르게 작품 수를 확인하며 지나가기보다 한 작품 앞에 조금 오래 머무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

먹의 번짐과 한지의 여백, 분채의 색을 살펴보다 보면 화면 안의 빈 공간도 하나의 의미처럼 느껴진다. 식물과 자연의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흐름을 따라가며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특히 가까운 존재와의 이별을 경험했거나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고 있는 관람객이라면 작품에서 각기 다른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는 죽음에 관한 답을 제공하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오늘을 다시 질문하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끝을 생각하며 오늘을 더 단단하게 살아가는 전시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는 제목만 보면 무거운 전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중심에는 생명을 향한 시선이 놓여 있다. 피고 지는 식물과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씨앗처럼 삶과 죽음이 분리된 두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은 삶을 허무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의 시간을 더 귀하게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인사동에서 제주 자연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다면 관심 있게 살펴볼 만한 전시다.

최은영 개인전 전시 정보

전시명: 나는 무엇을 하다 죽을까
작가: 최은영
전시 기간: 2026년 8월 12일~8월 30일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30분
휴관일: 매주 화요일
작가 도슨트: 8월 12일 오후 4시
전시 장소: 제주갤러리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구분: 2026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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