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시》, 익숙한 이미지와 반복된 손의 시간을 바라보다
《매일, 다시》, 익숙한 이미지와 반복된 손의 시간을 바라보다
우리는 매일 비슷한 얼굴과 풍경을 마주한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만화 캐릭터, 미술책과 광고에서 반복해 본 명화, 책상과 선반 위에 놓인 아트토이까지. 너무 익숙해진 이미지는 더 이상 자세히 바라보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서울 강남구 아트코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임지빈·김병관 2인전 《매일, 다시 Everyday, Again》은 익숙함과 반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시다. 김병관은 이미 완성된 이미지를 거친 회화로 다시 흔들고, 임지빈은 오랜 시간 이어온 손의 노동을 조각의 표면에 쌓는다.
전시는 2026년 8월 4일부터 8월 28일까지 진행된다. 서로 다른 작업을 펼쳐온 두 작가는 반복되는 하루가 정말 같은 하루인지, 익숙한 형상이 언제까지 같은 의미로 남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익숙함은 보는 일을 멈추게 한다
자주 본 이미지는 편안하다.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볼 수 있고,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질문을 던질 필요도 줄어든다. 하지만 익숙함은 때로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림막이 된다.
《매일, 다시》는 우리 곁에 오래 머문 이미지를 낯설게 되돌려놓는다. 분명히 아는 얼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형태는 흐려지고, 표면에는 예상하지 못한 흔적과 시간이 드러난다.
김병관, 완성된 이미지를 다시 의심하다
김병관은 대중문화의 캐릭터와 널리 알려진 명화 이미지를 회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작가는 익숙한 형상을 정확히 재현하지 않는다. 거친 붓질을 겹치고 물감을 흘려보내며, 우연히 생겨난 얼룩과 흔적을 화면에 그대로 남긴다. 분명했던 얼굴과 윤곽은 무너지는 듯 보이고, 그 틈에서 관람객은 알고 있던 이미지를 다시 발견한다.
형상을 지우고 흐리는 과정은 원본을 파괴하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이미지를 바라보는 습관을 흔드는 시도에 가깝다. 우리는 캐릭터의 이름과 명화의 제목을 알고 있지만, 정작 화면의 선과 색을 얼마나 자세히 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저도 익숙한 캐릭터를 볼 때는 형태보다 이름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김병관의 작업 앞에서는 알아보는 순간보다 형상이 무너지고 다시 나타나는 과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임지빈, 손의 반복으로 시간을 쌓다
임지빈은 흙을 빚고 형을 만들며 표면을 다듬는 작업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겉으로는 같은 형상을 반복해 제작하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손으로 재료를 만지는 날의 상태와 힘, 속도는 매번 다르다. 같은 형태 안에도 서로 다른 시간과 몸의 감각이 남는 이유다.
18년 동안 지속된 손의 반복은 단순한 생산 과정이 아니다. 하루를 살아낸 흔적이자 작가의 삶을 구성하는 작은 단위가 된다. 기술과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신하는 시대에도 임지빈은 직접 만지고 다듬는 행위를 계속한다.
완성된 조각을 볼 때는 매끄러운 외형만 살피기보다 그 형태가 만들어지기까지 반복됐을 손의 움직임을 함께 상상해보면 좋다.
회화의 붓질과 조각의 표면이 만나는 자리
두 작가의 작품은 재료와 표현 방식이 다르다.
김병관의 화면에서는 이미지가 흐려지고 다시 나타나는 붓질의 시간이 보인다. 임지빈의 조각에서는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 손의 시간이 표면에 축적된다.
한 작가는 익숙한 이미지를 다시 그리며 기존의 의미를 흔들고, 다른 작가는 같은 형상을 다시 만들며 매일 달라지는 시간을 기록한다. 두 작업은 결국 ‘다시 한다’는 행동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여러분은 반복되는 하루가 어제와 똑같다고 느끼는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날의 감정과 몸의 상태, 주변의 작은 변화까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매일의 반복에서 발견하는 작은 차이
《매일, 다시》는 일상에서 반복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 안에 숨어 있는 차이를 바라보게 한다. 익숙한 이미지를 다시 보고, 같은 동작을 다시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둘러볼 때는 작품이 무엇을 표현했는지 빠르게 판단하기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형상이 어떻게 달라져 보이는지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회화의 흘러내린 물감과 조각의 표면, 작품 사이에 만들어진 거리도 전시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매일, 다시》는 거대한 사건보다 하루를 이루는 반복의 힘에 주목하는 전시다. 비슷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익숙한 것을 다시 바라보는 두 작가의 방식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다시》 전시 정보
전시명: 매일, 다시 Everyday, Again
참여 작가: 임지빈, 김병관
전시 기간: 2026년 8월 4일~8월 28일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전시 장소: 아트코드갤러리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30길 14, 1층
문의: 0507-1400-6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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