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Hours》, 밤이 되면 달라지는 예술의 감각
《After Hours》, 밤이 되면 달라지는 예술의 감각
같은 거리를 걸어도 낮과 밤의 느낌은 꽤 다릅니다. 익숙한 건물과 사물이 조명 아래에서는 낯설게 보이고, 음악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공간의 분위기까지 달라지죠.
서울 청담동 갤러리 그라프에서 열리는 **《After Hours: 밤이 되면 달라지는 감각》**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는 전시입니다. 서유라, 정인지, YEKKI 세 작가가 참여하며, 작품만 바라보는 전시를 넘어 공간과 시간, 음악과 관람객의 움직임까지 하나의 예술 경험으로 확장합니다. 전시는 2026년 8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어집니다.
낮과 밤, 같은 작품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때 우리는 제목과 작가, 제작 방식 같은 정보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밤에는 조금 달라집니다. 조명이 바뀌고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작품의 색과 형태가 더 강하게 느껴지고, 음악이나 사람의 움직임까지 감상에 영향을 줍니다.
이번 전시는 이런 감각의 변화 자체도 예술 경험의 일부라고 바라봅니다. 특히 Kiaf SEOUL 2026의 ‘청담 Night’와 연결해 청담이라는 장소와 밤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존 듀이의 ‘경험으로서의 예술’
전시의 배경에는 미국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의 생각도 놓여 있습니다.
듀이는 예술을 삶에서 따로 떨어진 특별한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환경이 만나고 움직이며 느끼는 과정 전체가 예술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시장 역시 작품을 걸어두는 단순한 장소가 아닙니다.
빛과 시간, 소리와 사람, 작품 사이를 걷는 행동까지 모두 감상의 일부가 됩니다.
저도 같은 전시를 낮과 저녁에 각각 본 적이 있는데, 작품 자체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기억에 남는 색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After Hours》는 바로 그런 차이를 적극적으로 즐겨보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서유라, ‘읽는 책’을 ‘보는 이미지’로
서유라는 책과 텍스트를 회화의 언어로 옮깁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책을 보면 내용을 읽으려고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글자와 책이 이미지로 변합니다. 텍스트가 가진 의미보다 책의 형태와 색, 화면 안에서의 배치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 앞에서는 ‘무슨 내용일까?’와 함께 ‘이 텍스트가 왜 이런 이미지로 보일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읽기와 보기 사이의 경계를 흔드는 작업입니다.
정인지, 픽셀과 빛으로 만드는 새로운 공간
정인지는 텍스트와 픽셀, 빛을 이용해 이미지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픽셀은 디지털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통해 수많은 픽셀 이미지를 보고 있지만 평소에는 그 구조를 거의 의식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 익숙한 시각 체계를 색과 리듬으로 다시 구성합니다. 특히 밤이라는 환경에서는 작품 속 빛과 색의 변화가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YEKKI, 익숙한 사물이 낯선 세계로
YEKKI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의 사물과 장면을 새로운 시점으로 바꿉니다.
다중시점을 사용하고 크기를 과감하게 왜곡하면서 현실의 공간을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로 변환합니다.
작은 사물이 화면에서 지나치게 커지거나 하나의 장면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보는 듯한 구성이 등장합니다.
여러분은 익숙한 물건이 갑자기 거대하게 보인다면 여전히 같은 물건이라고 느끼실까요? YEKKI의 작업은 우리가 평소 얼마나 익숙한 시점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세 작가를 연결하는 ‘다르게 보기’
세 작가의 작업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서유라는 텍스트와 책을 이미지로 바꾸고, 정인지는 픽셀과 빛으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며, YEKKI는 사물의 크기와 시점을 변화시킵니다.
그럼에도 한 지점에서는 분명하게 만납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책은 읽는 대상에서 이미지가 되고, 픽셀은 화면 뒤에 숨은 기술이 아니라 색과 리듬이 되며, 평범한 사물은 낯선 장면으로 바뀝니다.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밤’을 경험하다
《After Hours》가 흥미로운 이유는 작품 감상을 시각에만 한정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밤의 갤러리를 걷고 음악을 듣고, 작품 앞에 머물며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까지 전시 경험으로 받아들입니다.
예술은 작품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사람, 공간이 만나는 순간에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 전시에서 작품 설명을 빠르게 읽고 다음 작품으로 이동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관람해봐도 좋겠습니다.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물고, 공간의 빛과 음악까지 함께 느껴보세요.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표정이 밤이 되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After Hours: 밤이 되면 달라지는 감각》 전시 정보
전시명: 《After Hours: 밤이 되면 달라지는 감각》
참여 작가: 서유라, 정인지, YEKKI
전시 기간: 2026년 8월 26일~10월 2일
관람 시간: 11:00~19:00
휴관: 월요일 / 일요일 사전 예약
전시 장소: 갤러리 그라프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149길 10 1층
연계: Kiaf SEOUL 2026 ‘청담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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