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
성백 퍼포먼스 아카이브전 《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
몸은 말보다 먼저 반응하고, 기억보다 오래 흔적을 남긴다.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 openARTs spaceMERGE?에서 열리는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 아카이브전 《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은 지난 27년간 이어온 전위예술의 시간을 다시 읽는 전시다. 사라지기 쉬운 행위예술의 순간을 영상과 사진, 비평문, 기록 자료로 재구성해 한 작가의 활동을 넘어 한국 퍼포먼스 아트의 흐름을 살펴보게 한다.
전시는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26 올해의 Focus On 작가 선정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로 마련됐다. 2026년 8월 13일부터 8월 29일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사라지는 행위를 다시 전시한다
퍼포먼스 아트는 작가의 몸과 특정한 장소, 당시의 관객이 만나는 순간에 완성된다. 공연이 끝나면 현장은 사라지고 사진이나 영상, 참여자의 기억만 남는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흩어진 기록을 단순히 모아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가 사용해온 ‘다큐-레이팅’ 방식을 적용해 기록 영상과 평론가의 해석을 함께 배치한다. 다큐-레이팅은 다큐멘터리식 기록과 큐레이팅을 결합한 방식으로,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 행위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읽도록 돕는다.
관람객은 완성된 결과물보다 행위가 일어난 이유와 과정, 그 순간 몸이 전달했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된다.
27년 작업에서 선정한 대표작 10선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미술평론가 김성헌, 김종기, 이혁발과 성백 작가가 함께 선정한 ‘2000년 이후 대표작 10선’이 놓인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2000년작 《나비를 기억하며…》는 한지와 먹, 신체 행위에 초기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을 접목한 작업이다. 전통 매체와 당시의 새로운 통신 기술을 한 장면 안에 결합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실험으로 읽힌다.
몸은 전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카메라와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현장에 없던 관객에게까지 도달한다. 이때 작가의 신체는 작품의 소재이면서 동시에 메시지를 운반하는 매체가 된다.
유라시아를 가로지른 예술행동
성백 작가의 활동은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어졌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ARTsBUS’ 프로젝트는 부산에서 출발해 역사적 갈등이 남아 있는 장소를 통과하며 진행한 예술행동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몸으로 반응하는 동시에 한지와 먹을 이용한 탁본으로 장소의 질감을 남겼다. 도로와 건축물, 상처 입은 공간의 표면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역사를 증언하는 또 하나의 신체가 된다.
이 작업에서 이동은 관광이나 탐방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념과 국경, 기억을 연결하며 예술이 사회적 경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 질문하는 과정이다.
시대의 고통에 응답한 퍼포먼스
2021년작 《세이브 미얀마》는 미얀마 민주화운동과 인권 침해 상황에 연대하기 위해 진행된 퍼포먼스다. 성백 작가는 전국 여러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행동하며 동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예술의 역할을 보여줬다.
퍼포먼스는 말로 정리하기 어려운 분노와 슬픔을 몸의 움직임으로 전달한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고, 관객 역시 그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이 전시는 퍼포먼스 아트가 개인적인 표현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권과 평화, 사회적 연대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과 만나는 메신저 연작
2025년에 발표한 《Messenger_어머니의 바다》와 《Messenger_아버지의 대지》는 제주 협재해수욕장과 바리메오름을 무대로 진행됐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와 자연에서 얻은 오브제를 결합해 바다와 대지, 인간의 관계를 시각화했다. 바다는 생명을 품고 치유하는 어머니의 공간으로, 대지는 삶을 버티게 하는 아버지의 기반으로 읽힌다.
초기의 작업이 기술과 신체의 만남을 실험했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자연과 인간, 기억과 치유의 관계가 더욱 깊어졌다. 2000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작업을 함께 살펴보면 성백의 몸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다른 메신저가 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비평과 기록으로 다시 만나는 행위예술
전시 개막일인 8월 13일 오후 5시에는 미술평론가와 작가가 참여하는 ‘비평가 &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대표작을 선정한 과정과 각 작업의 시대적 의미, 퍼포먼스 기록을 보존하는 방법을 보다 깊이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성백 작가는 창작활동을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강력한 알리바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퍼포먼스에서 몸은 개인의 존재를 증명하면서도 사회와 역사,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전달한다.
《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은 이미 끝난 퍼포먼스를 회상하는 전시가 아니다. 사라졌던 행위의 흔적을 현재로 불러와 다시 질문하게 하는 자리다. 부산에서 퍼포먼스 아트와 기록예술, 사회적 예술행동의 흐름을 함께 살펴보고 싶다면 주목해볼 만하다.
성백 퍼포먼스 아카이브전 전시 정보
전시명: 신체의 증언, 경계를 넘는 메신저: 2000~2026
작가: 성백
전시 기간: 2026년 8월 13일~8월 29일
휴관일: 매주 월요일
비평가 & 아티스트 토크: 2026년 8월 13일 오후 5시
전시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openARTs spaceMERGE?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50번길 49
기획·주최: openARTs spaceMERGE?
후원: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문의: 051-527-8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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