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을 그리는 방법》권욱 개인전

권욱 개인전 《원을 그리는 방법》, 반복되는 선 안에서 발견하는 시간의 흔적

우리는 원을 가장 단순한 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과 끝이 연결되고, 어느 방향에서도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손으로 완벽한 원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원이 사실은 가장 어렵고, 가장 많은 시간과 집중을 요구하는 형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권욱 개인전 《원을 그리는 방법》은 이처럼 단순한 원이라는 형태를 통해 시간과 반복, 수행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도형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창작의 과정을 보여주며,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축적되는 감정과 시간을 작품으로 풀어냅니다.



원은 완성이 아닌 과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원'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원은 수없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며, 매일 조금씩 이어지는 삶의 기록입니다.

완벽한 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손의 움직임은 언제나 미세하게 흔들리고, 선은 조금씩 두꺼워지거나 얇아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가 작품의 개성이 되고, 시간이 남긴 흔적이 됩니다.

권욱 작가는 이러한 작은 차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된 선 하나하나를 화면에 남겨두며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반복되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수행성

권욱 작가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으면 명상이나 수행을 떠올리게 됩니다.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화면 위에 그어진 선들은 일정한 규칙을 따르면서도 조금씩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며, 그날의 감정과 호흡, 몸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기록합니다.

이러한 반복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작업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작품은 완성된 하나의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기록이기도 합니다.

가까이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선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흔적으로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 감상하면 그 반복이 하나의 거대한 원과 화면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워냄으로 완성되는 화면

권욱 작가의 화면은 화려한 장식이나 강한 서사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절제된 구성과 반복되는 선은 관람객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깁니다. 작품을 오래 바라볼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깊이와 공간감이 조금씩 드러나고, 반복된 선 사이에서 미묘하게 변화하는 빛과 리듬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여백은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기 때문입니다.

작품마다 다른 밀도와 호흡은 작가가 같은 원을 그리고 있지만 결코 같은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시간을 그리는 회화

권욱 작가의 작품은 특정한 풍경이나 대상을 재현하지 않습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시각화합니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는 움직임이 남고, 반복된 행위는 화면 속에 축적됩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하나의 이미지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지나온 시간을 함께 따라가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이러한 느린 회화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작품 앞에서 잠시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권욱 작가는 반복과 절제라는 조형 언어를 통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천천히 바라보는 경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권욱 작가의 작품세계

권욱 작가는 반복적인 선과 원의 구조를 바탕으로 시간과 수행성, 존재의 흔적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하학적인 형태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한 추상회화에 머물지 않고, 손의 움직임과 축적된 시간성을 작품 속에 담아냅니다. 반복된 행위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와 리듬은 작가만의 조형 언어를 형성하며, 절제된 화면 안에서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개인전 역시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반복과 축적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제안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전시 정보

전시명은 **《원을 그리는 방법》**이며 참여 작가는 권욱입니다.

전시는 아트넷에 안내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며, 관람 시간과 휴관일은 전시장 운영 일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원을 그리는 방법》은 하나의 도형을 바라보는 전시가 아닙니다. 반복되는 선과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을 통해 삶의 리듬과 내면의 움직임을 천천히 마주하게 하는 전시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만의 호흡을 되찾고 싶다면, 권욱 작가의 원이 들려주는 조용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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