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 작가 《보고 싶은 나의 계절에게: 여름의 출발》
허주 작가 《보고 싶은 나의 계절에게: 여름의 출발》, 여든에 다시 시작된 예술의 계절
인생의 새로운 계절은 몇 살까지 시작할 수 있을까?
강릉 소집 갤러리에서 열리는 시니어 신진예술가 특별전 III 《보고 싶은 나의 계절에게: 여름의 출발》은 여든의 나이에 붓을 들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한 허주 작가의 개인전이다.
오랜 세월 가족을 돌보며 책임감으로 살아온 작가는 마음 깊은 곳에 간직했던 예술에 대한 꿈을 뒤늦게 꺼내 들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노년의 취미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삶의 후반부에도 새로운 가능성과 창작의 시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6년 8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강릉 소집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여든에 시작된 새로운 여름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여름’은 실제 계절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삶에 찾아온 뜨거운 창작의 시간을 의미한다.
허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품고 있었지만, 삶의 여러 책임 속에서 자신의 꿈을 뒤로 미뤄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나누어 지고 일상을 지켜내는 동안 예술은 쉽게 꺼낼 수 없는 기억처럼 마음속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약 3년 전 우연히 다시 붓을 잡게 됐고,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창작에 대한 열정이 빠르게 되살아났다. 누군가에게 여든은 삶을 정리하는 나이일 수 있지만, 허주 작가에게는 새로운 계절로 들어가는 출발점이 됐다.
버려진 나무 위에 쌓이는 기억
허주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인 캔버스가 아닌 폐목재와 오래된 가구 등 세월의 흔적이 남은 나무 자재 위에 제작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버려진 나무는 한때 누군가의 생활 속에서 사용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쓸모를 잃은 물건이 됐다. 작가는 그 위에 새로운 이미지와 감정을 더해 하나뿐인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오래된 나무가 예술작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작가의 삶과도 닮아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이 오히려 작품을 더욱 깊게 만드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갈라지고 닳은 나무 표면은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가 된다. 나무에 남아 있는 얼룩과 결, 못 자국과 균열은 작가의 붓질과 만나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시간이 겹쳐지는 독특한 화면을 만든다.
수묵과 서양 추상회화의 만남
허주 작가의 화면에는 전통 수묵의 담담한 분위기와 서양 추상회화의 자유로운 색채가 함께 나타난다.
먹이 번지고 스며드는 표현에서는 오래된 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지나간 시간의 여운이 느껴진다. 그 위에 더해진 색과 자유로운 선은 현재의 감정과 새로운 삶을 향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동양과 서양의 표현 방식은 서로 충돌하기보다 하나의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구체적인 장소나 인물을 직접 설명하지 않더라도 색과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고향집과 가족의 모습,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작품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나온 시간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함께 담겨 있다.
시니어 신진예술가 특별전의 의미
‘시니어’와 ‘신진예술가’라는 표현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신진 작가는 흔히 젊은 세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은 나이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허주 작가는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지만, 창작자로서는 이제 새로운 길에 들어선 신진예술가다.
이번 전시는 예술에 늦은 출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꿈이 있거나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허주 작가의 작품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응원이 될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작품을 볼 때는 먼저 바탕이 된 나무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나무의 결이나 갈라진 부분이 색과 먹의 흐름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찰하면 작품이 지닌 시간성을 느낄 수 있다.
그다음 화면에서 반복되는 선과 색, 번짐을 따라가며 어떤 기억이나 계절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보자. 작품에 정해진 해석을 찾기보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연결해 감상하면 더욱 깊은 여운을 얻을 수 있다.
《보고 싶은 나의 계절에게: 여름의 출발》은 한 예술가의 늦은 출발을 기록한 전시이면서, 누구에게나 아직 시작하지 않은 계절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 정보
전시명: 보고 싶은 나의 계절에게: 여름의 출발
작가: 허주
전시 기간: 2026년 8월 1일~8월 30일
관람 시간: 수요일~일요일 오후 12시~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화요일
관람료: 무료
전시 장소: 강릉 소집 갤러리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공항길30번길 5
오프닝 및 작가와의 만남: 2026년 8월 1일 오후 2시
방문 전 갤러리 운영 일정과 관람 가능 시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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