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필 개인전 《재료에서 존재로》

 

문재필 개인전 《재료에서 존재로》, 옻칠은 어떻게 하나의 존재가 되는가

옻칠은 단순히 사물의 표면을 보호하고 장식하는 재료일까?

충남 무형유산 제47호 칠장 문재필의 개인전 《재료에서 존재로》는 옻칠을 전통 공예의 재료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인간의 삶을 사유하는 하나의 예술적 존재로 확장한다.

전시는 2026년 7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재희에서 열린다. 문재필 작가는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옻칠을 활용해 지구와 바다, 생명, 순리, 윤회, 해탈과 지혜에 관한 조형적 질문을 제시한다.



자연에서 얻은 옻칠의 시간

옻칠은 빠르게 완성되는 재료가 아니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정제하고, 표면에 바른 뒤 건조하고 다시 덧칠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깊고 은은한 빛이 나타난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며 작업자의 경험과 기다림이 작품의 완성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문재필 작가는 1980년 목칠공예에 입문한 뒤 오랫동안 옻칠의 성질을 연구해왔다. 2013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47호 칠장으로 지정됐으며,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칠화와 가구, 입체 조형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에게 옻칠은 원하는 색을 입히는 수단이 아니다. 옻이라는 재료가 가진 변덕스러운 성질을 이해하고, 자연의 시간과 협력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재료는 언제 작품이 되는가

이번 전시 제목인 《재료에서 존재로》는 작업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옻과 나무, 삼베, 난각 등의 재료는 처음에는 각각의 물성을 가진 자연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가의 손과 시간, 반복되는 칠의 과정을 통과하면 단순한 재료의 상태를 넘어 독립적인 의미와 감정을 가진 작품이 된다.

문재필은 전통 옻칠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재료의 물성과 본질을 탐구하며 자신의 색과 철학을 담아낸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존중하면서 현대 문명과 자연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것이 그의 작업 방향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은 표면의 깊은 색과 빛을 감상하는 동시에, 그 안에 축적된 긴 제작 시간과 반복된 노동을 마주하게 된다.


자연과 문명 사이에서 찾는 조화

문재필의 작품세계에는 자연의 질서와 현대 문명에 대한 고민이 함께 존재한다.

산업과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자연과 인간을 서로 분리된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는 지구와 바다, 생명과 순환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역시 자연의 질서 안에 포함된 존재임을 되새긴다.

이번 전시는 삶과 죽음, 시작과 끝, 나와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대립한다고 생각했던 자연과 문명, 존재와 인식은 사실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결돼 있다는 것이 전시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먼 미래의 문화유산을 생각하는 작업

문재필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먼 훗날 인류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고 말한다.

이 질문은 작품의 외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시간의 지속성과 예술가의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유행에 따라 빠르게 소비되는 물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2022년에는 프랑스 국립 세브르박물관 초대전에 참여했고, 2023년에는 충남 논산에 문재필 옻칠미술관이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초기 작업부터 현대적으로 확장된 칠화와 조형작품까지 작가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문재필의 작품을 볼 때는 먼저 표면에 비치는 빛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관람 위치와 조명에 따라 옻칠의 색과 깊이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나무와 삼베, 난각 등 서로 다른 재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찰해보는 것이다. 각각의 재료가 자신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조형적 질서를 만드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표현한 형태보다 제작에 축적된 시간을 상상해보는 것이 좋다. 여러 번 칠하고 말리는 반복 속에서 재료가 하나의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작품의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재료에서 존재로》는 전통 옻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전시이면서,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전시다.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긴 시간과 기다림으로 완성된 문재필의 작품은 천천히 만들고 오래 바라보는 예술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재필 개인전 《재료에서 존재로》 전시 정보

전시명: 재료에서 존재로
작가: 문재필
전시 기간: 2026년 7월 25일~8월 23일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
휴관일: 매주 화요일, 공휴일
오프닝 리셉션: 2026년 7월 25일 오후 4시
전시 장소: 갤러리재희
주소: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순환로8번길 49, 2층
전시 분야: 옻칠, 칠화, 입체 조형

방문 전 갤러리 공식 채널을 통해 관람시간과 휴관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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