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된 풍경 전시, 기억을 통과한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여과된 풍경 전시, 기억을 통과한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은 과연 모두에게 같은 모습일까?

같은 산과 바다, 같은 도시의 골목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기억과 감정은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평온한 장소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리움이나 상실의 공간으로 남기도 한다.

갤러리 그라프에서 열리는 유가월·마리노 후나하시 2인전 《여과된 풍경》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외부의 풍경이 개인의 시간과 기억, 감각을 통과한 뒤 어떻게 새로운 내면의 이미지로 바뀌는지를 살펴보는 기획전이다.






풍경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풍경을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나 도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풍경은 단순한 외부 세계의 기록만은 아니다.

한 장소를 바라볼 때 그동안 살아온 시간과 경험, 기억, 감정이 함께 개입한다. 결국 우리가 인식하는 풍경은 객관적인 경관이라기보다 개인의 내면을 거쳐 다시 만들어진 이미지에 가깝다.

《여과된 풍경》이라는 전시 제목에는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다. 눈앞의 장면이 작가의 기억과 감각을 통과하면서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강조되며, 새로운 색과 형태를 얻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통해 풍경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의 흔적을 보여준다.

유가월, 산수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다

유가월 작가는 중국 화난사범대학교에서 중국화를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작가는 산수를 단순한 자연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비추고 대화하는 공간으로 해석한다. 한지에 스며드는 물과 채색,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한 흔적을 활용해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유가월의 화면에서 자연은 고정된 배경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이 투영되는 거울이자, 잠시 머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관람객은 작품 속 산과 물, 안개처럼 번지는 색채를 따라가며 실제 자연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의 기억 속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마리노 후나하시, 색채와 질감으로 남겨진 시간

마리노 후나하시는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상징적 추상’으로 설명하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 작업을 선보여 왔다.

마리노 후나하시의 작품에서는 색채와 두꺼운 질감, 반복되는 붓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풍경은 특정 장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면이라기보다 시간 속에서 흐려지고 압축된 기억의 구조에 가깝다.

분명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감각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순간처럼, 작품 속 형태와 색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도 관람객의 감정을 자극한다.

작가에게 풍경은 지나간 장면을 그대로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여과된 감각과 기억이 화면 위에 색과 물질의 층으로 쌓이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두 풍경이 만나는 전시

유가월과 마리노 후나하시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재료, 표현 방식을 지니고 있다.

유가월이 한지와 채색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한다면, 마리노 후나하시는 강한 색채와 마티에르를 통해 기억 속에 남은 시간의 밀도를 표현한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가 모두 풍경을 외부 세계의 단순한 재현으로 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에게 풍경은 개인의 기억과 감정, 지각이 축적된 내면의 장소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두 작가의 풍경을 비교해 보는 것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작품을 바라보며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색과 형태가 자신의 기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 속에서 다시 풍경을 바라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다. 아름다운 장소를 보더라도 잠시 감상하기보다 사진을 촬영하고 다음 장면으로 이동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여과된 풍경》은 한 작품 앞에 머물러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작품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색의 층과 붓질의 흔적, 재료의 질감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관람객은 작가의 풍경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눈앞의 장면 너머에 존재하는 기억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천천히 관람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과된 풍경 전시 정보

전시명: 여과된 풍경
영문명: Filtered Landscapes
참여 작가: 유가월, 마리노 후나하시
전시 기간: 2026년 7월 18일~8월 22일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휴관일: 일요일, 월요일
전시 장소: 갤러리 그라프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149길 10, 1층

방문 전 갤러리 공식 홈페이지나 전시 안내 채널을 통해 관람시간과 휴관일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해시태그

#여과된풍경 #유가월 #마리노후나하시 #갤러리그라프 #서울전시회 #청담동전시 #강남전시회 #서울미술전시 #기획전시 #현대미술 #동양화전시 #추상회화 #아트공간 #미술전시추천 #서울가볼만한곳 #FilteredLandscape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