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여몽 개인전

 

이여몽 개인전 《STORY》, 색과 물질로 기록한 삶의 이야기

한 사람의 삶은 어떻게 한 폭의 추상화가 될 수 있을까?

이여몽 작가의 개인전 《STORY》는 작가가 살아오며 경험한 감정과 생각, 신앙과 일상의 기억을 색과 선, 형태와 물질의 언어로 풀어낸 전시다.

전시는 2026년 2월 2일부터 2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에 자리한 갤러리제이원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4년부터 새롭게 전개해온 ‘STORY’ 연작을 중심으로, 아크릴 물감과 한지, 양지를 결합한 추상회화 작품들이 소개됐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담긴 화면

이여몽의 작품 앞에 서면 특정한 사물이나 인물을 먼저 찾기보다 화면 전체에서 전해지는 감정과 리듬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자유로운 생각과 감정을 예쁜 색과 선, 형태에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은 어떤 풍경이나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지만, 작가가 살아오며 마주한 기쁨과 슬픔, 선택과 감사의 순간이 화면 곳곳에 축적돼 있다.

그래서 ‘STORY’는 하나의 완성된 줄거리를 전달하는 제목이 아니다. 매일의 경험과 감정이 서로 만나고 변화하면서 만들어지는 삶의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관한 공개 리뷰 역시 이여몽의 작품을 신앙과 생활 경험에서 길어 올린 감정과 사유를 색과 형태로 풀어낸 작업으로 설명한다.

붓보다 물감의 흐름을 믿는 작업

이여몽 작가는 붓으로 형태를 치밀하게 그려내기보다 물감을 자연스럽게 붓고, 떨어뜨리고, 응고시키는 방식을 활용한다.

캔버스 위에 부어진 물감은 작가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번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굳어진 색은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와 표면을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우연을 실패로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물감이 스스로 만들어낸 흔적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한지와 양지를 더하며 화면의 관계를 조정한다.

물감은 종이 안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종이의 표면에서 멈춰 새로운 경계를 만들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들이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한지와 양지가 나누는 대화

전통적인 재료인 한지와 서양의 종이인 양지를 함께 사용하는 점도 이여몽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한지는 물감을 깊이 흡수하며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번짐을 만든다. 반면 양지는 색과 형태를 비교적 선명하게 유지하며 화면에 또 다른 밀도와 질감을 부여한다.

작가는 성질이 다른 두 종이를 단순히 혼합하지 않는다. 각 재료가 가진 특성을 살리면서 서로 대화하도록 배치한다.

그 결과 화면에는 부드럽게 퍼지는 색과 단단하게 굳은 색, 가벼운 종이의 질감과 두꺼운 물감 덩어리가 함께 존재한다. 이러한 대비는 기쁨과 슬픔, 확신과 망설임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 공존하는 여러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우연과 선택이 만드는 작품

이여몽 작가는 작업에서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아름다움과 슬픔이 존재하지만, 작가는 그중 무엇을 자신의 화면에 들여놓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물감이 우연히 만든 흔적과 작업실에서 발견한 작은 물감 덩어리 역시 선택을 통해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가는 모든 것을 계획하지 않지만 아무것이나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우연히 발생한 형태를 살펴보고, 필요한 것을 고르고, 다시 색과 종이를 배치하면서 화면의 균형을 만들어간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예측하지 못한 사건과 감정이 찾아오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결국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추상회화 안에서 발견하는 서사

추상회화는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건이 보이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여몽의 작품은 정답을 찾아야 하는 그림이 아니다. 화면 속 색이 어떤 감정을 불러오는지, 서로 다른 선과 형태가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천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사람에게는 밝은 색면이 기쁨과 희망으로 보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지나간 기억이나 그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색과 물질에 담았다면,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또 다른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처럼 《STORY》는 작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 서사다.

이여몽의 작품은 유행하는 형식이나 화려한 효과를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신앙, 삶에 대한 감사의 태도를 꾸준히 보여준다.

《STORY》는 완성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삶의 움직임을 기록한다. 색이 흐르고 굳으며 종이와 만나는 과정처럼, 우리의 삶 역시 우연과 선택, 기다림과 변화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는 전시다.

이여몽 개인전 《STORY》 전시 정보

전시명: STORY
작가: 이여몽 LEE YO MONG
전시 기간: 2026년 2월 2일~2월 12일
전시 장소: 갤러리제이원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24
주요 재료: 아크릴, 한지, 양지
전시 상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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